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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는 남편이 준 마지막 선물”한국인 성악가 첫 EMI 음반 유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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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는 남편이 준 마지막 선물”한국인 성악가 첫 EMI 음반 유현아

입력
2006.12.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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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소프라노 유현아(38)가 최근 세계적인 음반사 EMI 클래식을 통해 데뷔 음반을 냈다. 한국 음악인 가운데 정경화, 장영주, 장한나, 임동혁이 이곳에서 음반을 냈지만, 성악가로는 유현아가 처음이다. EMI 클래식은 메이저 음반사 가운데서도 성악 분야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레이블. 서정적인 리릭 소프라노인 그는 바흐와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담은 이번 음반을 통해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유현아는 25세의 늦은 나이에 성악을 시작했다. 13세 때 목사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했지만 직업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텍사스 주립대에서 분자 생물학을 전공했고, 대학에서 남편을 만나 아들을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는 결혼 2주년을 2주 앞둔 밸런타인 데이에 10대 흑인 청소년들의 총격에 남편을 잃었다.

슬픔을 잊기 위해 피바디 음대에 입학했고, 이후 98년 네덜란드 콩쿠르 입상, 99년 나움버그 국제 콩쿠르 우승, 2003년 보를레티 부이토니 상 수상 등 승승장구 했다. 2004년 카네기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가진 후 올해 빈과 런던, 뉴욕에서 모차르트 <차이데> 의 주역으로 오페라에도 데뷔했다. 내년에도 유럽에서 베르디와 모차르트 오페라에 출연한다.

한국 관객과도 만난다. 27일과 28일 세종문화회관, 3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서울시향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을 협연한다.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유현아는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공에 대해 “나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편을 되돌리고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남편을 잃은 대신 많은 것을 선물 받았죠. 늘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엄청난 비극을 겪은 사람이라고 하기에 그의 웃음은 너무 맑다. “세상에 나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아픔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저 역시 아픔을 경험했지만 음악을 통해 치료 받았기에 이를 나누고 싶습니다.” 유현아는 “신이 나에게 음악이라는 아름다운 도구를 맡기셨다고 생각한다”며 “내 노래를 듣고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현아가 음반 속 속지에 직접 쓴 글의 마지막은 ‘편히 쉬어요 내 사랑’이다. <차이데> 의 아리아 제목을 빌어 그가 남편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아티스트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나의 특별함은 남편이 준 것이죠. 남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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