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과 호나우지뉴 사이에 수비수인 내가 서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의 우상은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46)였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인 176㎝의 단신 수비수 칸나바로(33ㆍ레알 마드리드)는 어린 시절 마라도나를 동경하며 축구를 시작했다. 마라도나가 나폴리를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으로 이끌며 축구황제로 군림하고 있을 때 그는 볼보이를 하며 꿈을 키웠다. 그런 그가 프로 입문 14년 만인 서른 셋의 나이에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등극했다. 마라도나에 이은 또 하나의 ‘작지만 위대한’ 챔피언의 탄생이다.
2006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은 이탈리아 대표팀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센터백 파비오 칸나바로에게 돌아갔다. 칸나바로는 19일 새벽(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갈라의 밤 행사에서 498점으로 지단(454표)과 호나우지뉴(380점)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에 선정됐다. 91년부터 시작된 이 시상에서 중앙 수비수가 트로피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칸나바로는 또 하나의 권위 있는 시상인 유럽골든볼과 FIFA올해의 선수상을 한 해에 동시 석권한 7번째 선수로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칸나바로는 중앙 수비수 치고는 매우 작은 176㎝. 하지만 넓은 시야와 빠른 판단력, 공격수를 끈질기게 밀착 수비하면서도 좀처럼 파울을 범하지 않는 능력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했다. 독일월드컵에서 칸나바로가 버틴 이탈리아 대표팀은 미국전 자살골을 제외하고 필드골을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칸나바로가 독일월드컵 전 경기 690분을 소화하면서 옐로카드 한 장 받지 않은 깨끗한 수비를 펼친 점. 칸나바로는 “정말 믿어지지 않는 한 해가 됐다”면서 “수비수들도 스트라이커와 마찬가지로 경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할 수 있다”며 자부심에 찬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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