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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누가 우리들의 치즈를 훔쳐 갔나

입력
2006.12.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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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개월 후인 2003년 6월 말 '참여정부 경제비전 국제회의'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5가지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2만달러 시대의 국가개조론'이란 별칭을 얻은 이 전략은 기술혁신 시장개혁 문화혁신 동북아경제중심 지방화 등 5개항으로 요약됐다.

당시 청와대 참모진은 "취임 초 의욕과잉으로 너무 많은 비전을 내놓다 보니 '정부의 지향점이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아 큰 틀로 정리한 것"이라며 "단순한 홍보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겸연쩍은 '2만달러 국가개조론'

세밑을 맞아 올 한해 정부의 경제적 공과를 따져보려고 자료를 찾던 중 이런 내용의 기사를 접하고 씁쓰레함과 실소를 금치 못했다. 때마침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예정보다 1년 이른 내년 말 도래할 것 같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흥은커녕 분통을 터뜨리고 있어서다.

가계나 개인 차원에서 보면 생활이 더욱 힘들고 고단해졌는데 4인가구 기준으로 평균 연 소득이 올해 7,000만원, 내년엔 8,000만원에 이른다니, 도대체 누가 내 치즈를 훔쳐갔다는 말인가.

습성으로 미뤄 진작에 공치사를 아끼지 않았을 정권 사람들이 입을 닫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도 뭔가 겸연쩍어 하는 것 같다. 2004년 이후 매년 10%씩 하락한 원ㆍ달러 환율 덕분에 더욱 늘어난 소득을 해외여행 등으로 즐기는 수혜층은 콧노래를 불러도, 그들의 눈과 귀로 보고 듣는 것은 절망과 한숨인 까닭일 것이다.

몇몇 '노빠'들이 "언론이 경제건강성을 보여주는 원화절상의 뜻을 왜곡해 참여정부의 실적을 깎아 내린다"고 허튼 소리를 해대지만, 그럴수록 그들의 무지만 부각될 뿐이다.

모두가 박수쳐야 할 참여정부의 '2만달러 치적'이 왜 비웃음과 원성의 대상이 됐을까. 환율이니 양극화니 하는 복잡한 얘기로 설명할 수도 있으나, 정권이 입버릇처럼 자랑하는 부동산정책의 무모함과 변질에서 단서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알다시피 10ㆍ29 8ㆍ31 3ㆍ30 11ㆍ15 등 날짜가 붙은 8차례의 큰 대책을 포함해 이 정권이 내놓은 40여 차례의 부동산 처방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다. 이것이 '극소수 투기세력을 겨냥한 초정밀 유도탄'인지, '기회주의에 물든 주도세력 교체의 수단'인지의 논란은 잠시 접어두자.

"강남불패라는데, 대통령도 불패로 간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받아 종부세의 강화ㆍ확대를 주도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헌법을 바꿀 정도로 힘을 들이지 않으면 바꾸기 힘든" 장치를 만든다며 종부세 세입을 지방교부세로 돌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자치단체나 지역구 의원 등 이해세력이 제도를 사수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목표을 향한 집착을 탓할 바는 아니나 비전문가들의 천진난만한 발상은 불과 1년여 만에, 그것도 우군에 의해 깨질 참이다. '반값아파트' 논란에 쫓긴 열린우리당이 종부세를 저소득층 주거복지목적세로 바꾸기로 했으니 헌법 운운한 것이 참으로 무색하다.

● 운동권 독재의 망령 벗어나야

세금이든 뭐든, 정책의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으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을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하지만 사이비 진보의 결사체로 전락한 정권은 도덕적 우월주의나 감상적 정의로 시장을 훈계ㆍ호령했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네탓 타령'을 읊어댔다.

그들이야말로 20세기 운동권 독재의 망령에 기대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노 정권의 '2만달러 대망론'이라는 것도 대선 때 '상대후보에게 약이 올라' 내지른 7% 성장 공약을 없던 일로 하기 위해 급조한 슬로건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한명숙 총리는 어제 "4년 전 오늘은 국민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뜻깊은 날"이라며 4년의 공과를 정치공학 아닌 합리적 잣대로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먼저 공약집을 열어 성장 일자리 부동산 정부효율성 연금 세금 규제완화 등의 약속이 어떻게 됐는지부터 먼저 보라. 그들 창고엔 치즈가 잔뜩 쌓였겠지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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