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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여학생이 살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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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여학생이 살벌해졌다

입력
2006.12.1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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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교 3년생이던 K군은 입학 후 3년 내내 집단 따돌림을 받아 정신분열증까지 찾아왔다. 혀가 짧아 말을 더듬는다는 게 이유였다. 부모는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가해 학생들에게 주의 처분만 내리고 함구했다. K군은 더욱 심한 폭력에 시달렸고 졸업을 앞두고 끝내 자살했다.

#2. 경기 과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C(13)양은 2년간 반복된 폭행과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아파트 창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빼곡했지만 학교는 실족사라고 우기며 부모와의 합의를 거부해 법정 소송으로 번졌다.

학교폭력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19일 발표한 ‘2006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한 번이라도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전국 3,910명)의 17.3%에 달했다. 2001년 8.6%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와 ‘여학생 폭력 증가’ 현상이 눈에 띈다. 2001년 8.5%에 불과했던 초등학생 피해율은 2006년 17.8%로 늘어났다. 이는 초ㆍ중(16.8%)ㆍ고(8%)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또 피해학생의 77%가 초등학생 때 처음 폭력을 경험하는 등 폭력에 대한 조기 노출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여학생의 폭력 증가세도 99년에 비해 가해자는 5배(2.2→10.7%), 피해자는 3배(4.4→13.9%) 이상 높아졌다. 문용린(전 교육부 장관) 청예단 이사장은 “폭력을 미화하는 영화와 TV드라마, 인터넷의 발달로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폭력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당하고 피해사실을 털어놓지 않는 학생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피해 미신고율은 7년 전25.6%에서 45.9%로 늘었다. 피해학생의 절반 정도가 냉가슴만 앓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학교가 폭력에 신음하고 있지만 정부와 일선 학교의 대처와 예방 교육은 유명무실하다. 정부는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각급 학교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학교폭력 근절’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법률상 의무화돼 있는 폭력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42.5%에 그쳤다.

성폭력과 달리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기관도 전무하다. 각 학교의 위원회는 변호사와 상담원 등 피해 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참여율의 극히 낮아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순갑 서울시청소년정보문화센터 관장은 “학교-교육청-교육인적자원부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신고시스템과 함께 신체ㆍ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 등 피해자 구제를 위한 예산 확보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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