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의 일정으로 치러진 도하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승마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형칠 선수, 남자 핸드볼 카타르전에서의 편파 판정 논란, 야구 농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들의 충격적인 패배 등 가슴 아픈 일들 때문에 힘겨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와 지도자들 덕분에 3대회 연속 종합 2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첫 여성 단장으로 대회에 나오면서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각오를 했지만 대회 초반 예상했던 종목에서 메달이 안 나와 걱정했었고, 그 와중에 김형칠 선수가 경기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나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던 사고로 선수가 유명을 달리했는데, 한편으론 대회 성적을 위해 선수들의 메달 획득에 신경 써야 했던 상황이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웠다.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했지만 표정들이 어두웠고, 단장으로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는지 고민스러웠다.
고인의 장례 절차를 처리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소홀함 없이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려 했는데 본의 아니게 섭섭한 점이 있었을까 아직도 염려된다.
이번 대회의 성과가 있다면 MVP를 차지한 박태환 선수다. 수영에서 MVP를 받았다는 사실이 큰 의미가 있다. 수영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이 워낙 강세를 보이는 종목인데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주면 세계 정상 수준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한 것이 박태환 선수의 MVP 수상이라고 본다.
하키 정구 등 비인기 종목과 양궁 태권도 등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 종목의 선수와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준 모습이 단장으로서 고마웠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고쳐 나가야 할 점도 많이 드러났다.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의 부진은 오래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바꾸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현행 엘리트 중심의 학교 체육 시스템에선 재능있는 선수들이 나오기가 어렵다.
때문에 학교 체육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일본만 해도 학교마다 수영장이 있는데 우린 그렇지 못하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합돼 시설 투자가 늘어나야 선수도 발굴된다. 기존 생활체육이 성인 위주로 되어 있는데 유소년 시스템도 생활체육에서 흡수해야 한다. .
프로 선수들의 부진과 관련해서는 선수 구성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야구가 끝나자마자 일부에서는 "프로는 안 된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의 국가관은 선수 구성할 때부터 심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문제가 터져 나왔다고 생각한다.
각 경기 연맹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하고, 구성된 선수단의 관리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전력을 다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배구는 김호철 감독이 각 프로구단의 협력을 구해 선수 선발이 잘 이뤄졌고,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 우리는 단일팀의 과제를 안고 있다. 예선을 거쳐야 하는 올림픽의 경우엔 경기력이 뛰어난 종목을 중점적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단일팀의 의의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혹시나 우리 쪽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입을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현숙 도하아시안게임 선수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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