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보이지 않는 손’ 운운은 사치 아닙니까?시장 경제에서 국가의 역할 등 연구한 ‘국부론’ 쓴 산업혁명 초기의 경제학자정부는‘보이는 군홧발’로 대추리 농민 짓밟고재벌은 국민에 질 낮은 물건 비싸게 팔아 먹어
아담 스미스(Adam Smithㆍ1723~1790) 고전파 경제학의 주요 저작인 <국부론> 을 지은 경제학자. 스코틀랜드 애든버러 근처 커콜디에서 세관 관리의 유복자로 태어났다. 글래스고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한 뒤, 1851년에 글래스고대학의 논리학 담당 교수로 취임해서 다음해는 도덕철학 담당 자리로 옮겼다. 국부론>
당시 도덕철학은 자연신학, 윤리학, 법학, 경제학 등을 포괄했다. 1759년에는 윤리학 저서인 <도덕감정론> 을 출간했고 1760년대에는 법학, 수사학, 문학 등을 강의하다가 1760년대 중반에는 잠시 프랑스에 체류하기도 했다. <국부론> 이 출간된 것은 1776년이었고, 그 다음 해에 그는 스코틀랜드 관세청장을 지냈다. 그의 다른 저작의 상당수는 유고 및 학생들의 강의 필기 노트를 바탕으로 해서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80년대 초중반에 걸쳐 간행되었는데, <철학 논문집> <법학 강의> <수사학 강의> 등이 그것이다. 경제학의 과제가 인민과 국가 쌍방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그는 본디 경제적인 자유주의자여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단 세 가지라고 보았다. 수사학> 법학> 철학> 국부론> 도덕감정론>
하나는 국방의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의 사법적 정의 구현의 의무, 나머지는 공공 토목사업 및 공공시설을 건설, 유지하는 의무라는 것이다. 또 그는 국가에 의해 수행되는 중상주의적 및 중농주의적 특권 및 제약 부여 등을 비판하면서 이런 국가의 개입이 철폐되면, ‘자연적 자유의 자명하고도 단순한 체계’가 저절로 확립된다고 주장했다. 한국 고등학교 졸업생 수준의 상식으로 아담 스미스 하면, 쉽게 떠오르는 말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이다.
그는 <국부론> 에서 딱 한 번, 크게 보아서는 중상주의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이 표현을 썼는데(제4편 2장), 그 요지는 시장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더라도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결과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의 이러한 나이브(naive)한 생각은 한편으로는 때때로 공황 등과 같은 파국을 맞이하거나 자주 광란의 투기장으로 변모하는 시장의 한계를 간과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적으로도 독점 및 외부성과 같은 다양한 이유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실패’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부론>
<국부론> 은 김수행의 번역본(동아출판사, 1992)이 있고, <도덕감정론> 은 박세일 외의 번역본(비봉출판사, 1996)이 있다. 스미스 연구와 관련하여 한국에서 단행본 저서를 낸 연구자로는 이근식 박순성 김광수 등을 꼽을 수 있다. 도덕감정론> 국부론>
이재현(이하 현) 스미스 선생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국부론> 이란 책 제목은 영어로 라는 긴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제대로 번역하자면, <국가의 부의 본성과 원인들에 대한 탐구> 정도가 될 텐데요. 일본 사람들이 <국부론> 이라고 간결하게 번역한 걸 우리도 그대로 가져다가 쓰고 있는 듯합니다. 국부론> 국가의> 국부론>
스미스 그거야 <자본론> 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저 <자본(das kapital)> 이라고 해야 맞는 거니까. 그런데, 자네는 경제학자도 아니면서 날 왜 보자고 한 건가? 자본(das> 자본론>
현 네에.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다수의 한국 국민들이 다음 대선 후보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을 경제로 꼽고 있는데다가요, 저야 뭐, 경제학은 잘 모르지만...(멈칫거리다가)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경제학도 일종의 담론이니까요. 하나의 담론으로 구성된 것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작용을 하는 한에서 저는 그 방면의 전문가입니다. 문화비평가라는 건 기본적으로 담론에 관한 전문가이어야 하거든요. 물론 문학적 혹은 예술적 담론과 과학적 혹은 이론적 담론은 서로 차원이 다르기는 하지만요.
스미스 그래? 그럼 오늘 나랑 입으로 ‘맞짱’ 뜨자는 거로구먼.
현 선생님이 한국말을 쓰신다면야 저는 자신 있지요(ㅎㅎㅎ). 물론, 농담입니다. 아무튼, ‘보이지 않는 손’에서부터 얘기를 풀어나갔으면 합니다마는요.
스미스 나는 <도덕감정론> 에서도 그 말을 다시 딱 한 번 쓴 적이 있네만, 내 당대의 경제학 수준에서는 자유 경쟁의 시장 경제에서 가격 기구에 관한 문제를 이론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네. 내가 죽고 나서 한참 뒤에 가서 왈라스(Walras) 등에 의해서 소위 정태적 균형이라는 개념 수준에서 해명되었던 거야. 도덕감정론>
현 ???
스미스 균형이란 쉽게 말해서 수요와 공급의 일치라고 생각하면 돼. 이 문제를 일반 균형의 수준에서 수학적으로 총괄적으로 해명해서 사회적 선택이론으로 연결시킨 친구가 케네스 애로우인데 그 공로로 197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지, 아마?
현 선생님, 전문적인 경제?얘기는요~(약한 모습 보이며), 경제학을 전공한 제 친구들을 보낼테니까, 걔네들이랑 해주세요. 저랑은 수사학 차원에서 말씀 나눠주시죠.
스미스 허허, 나랑 맞짱 뜨자던 말의 입김이 식기도 전에 금방 꼬리를 내리는구먼, 자네.
현 앗, 보이지 않는 꼬리를 보셨습니까? 아무튼, 제 얘기는 수사학적인 언어 게임을 하자면, 보이는 손이라든가 보이지 않는 발, 보이는 발 등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스미스 그야 그렇겠지.
현 사실, 제가 만들어낸 말은 아니구요. 경제사상가인 헌트가 개론서에서 썼던 말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발이라든가 보이는 주먹 등에 관해서 얘기했었지요. 예컨대, “정부라고 하는 보이는 주먹”이라든가 “자유시장 자체가 자동적으로 인간의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발’이 되고 있다”든가 “시장경제, 즉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의 보이는 주먹의 혼합물” 등과 같은 설명을 하고는 했지요. 또 그에 앞서, 오늘날 근대 주류경제학이 ‘외부 비경제’라는 이상한 표현으로 보통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바의 문제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발’이라는 딱지를 붙여가면서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비판했던 것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스미스 헌트라는 친구 패러디 솜씨는 상당하구만. 어쨌든, 보이지 않는 손이란 개념은 내 이론 체계 전체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네.
현 한국 실정에서는 보이는 발이라는 게 경제 정책과 관련된 정부의 역할을 가리킨다고 만은 볼 수 없습니다. 올해 대추리 주민을 짓밟은 전투 경찰의 군홧발 같은 게 바로 한국에서의 보이는 발의 대표적 사례지요. 요컨대, 그 발은 경제적인 게 아니라 아직 정치, 군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미스 나는 한국 실정은 잘 모른다네.
현 보이지 않는 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로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을 가리키는 것은 한국에서는 수사학적 사치입니다. 예컨대, 재벌이 팔아치우는 자동차나 핸드폰은 해외 가격에 비해서 국내 가격이 더 비쌉니다. 대개는 질도 낮구요. 그런데도, 한국의 순진한 소비자들은 본의 아니게 ‘얼리 어댑터’가 되어서 일정하게 재벌을 위한, 국내 시장에서의 유효 수요를 울며 겨자 먹기로 창출시켜주고 있는 것이죠.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더러운 손이라고 해야 하겠지만요.
스미스 앗, 지금 자네 유효 수요라고 했는가? 그 말은 케인스보다도 내가 먼저 <국부론> 1편 7장에서 쓴 거야. 물론 나보다 스튜어트가 먼저 정확하게 사용하기는 했지만. 국부론>
현 (상대방 말은 듣지도 않고 흥분해서)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 핸드폰 배터리 충전기들을 볼 때마다 ‘야마’가 돕니다.
스미스 대화하거나 토론할 때 흥분하는 것은 산출량에 비해서 투입량이 엄청나게 비효율적으로 들어가는 거라서 가급적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네. 오히려 담론적 실천 과정에서 때때로 한계 효용이 매우 큰 침묵을 차라리 추천하겠네, 나라면.
현 푸훗. 제가 경제학자들을 좋아하는 건 바로 방금 선생님께서 하신 말투 때문입니다. 물론, 싫어하는 이유도 바로 또 똑같은 그런 말투나 사고방식 때문이지만요.
스미스 자네에게 내가 연말연시 선물을 하나 줌세. 모든 추상적 경제 이론이나 구체적 경제 담론은 경제학자들이 처한 사회적 현실이나 그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다소 간에 순수한 경제 모델에 바탕을 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불가피하게 갖는다네. 그런 점에서, 내 이론은 막 산업혁명 초기 단계에 들어선 국민국가 영국의 현실 경제에 바탕을 둔 것이고 말이야. 소위 자유시장 경제를 무조건적으로 신봉하는 헛똑똑이들은 내 책을 처음부터 제대로 꼼꼼하게 읽어야 할 것이네.
현 선생님은 자유무역 신봉자 아니셨어요?
스미스 그야 그 시절에는 영국이 가장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이니까 그런 얘기를 한 것일 뿐이야. 국민국가의 경제, 다시 말해 국가경제 혹은 국민경제에 관해 말하려면, 내 이론보다는 후발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학적 사유를 했던 독일 친구들의 사상적, 이론적 고민을 염두에 두는 게 한국 국민들과 한국 경제에는 더 유리해.
현 네, 조만 간에 제 친구인 경제학자 정태인을 선생님께 보낼테니까, 경제학에 관한 전문적인 얘기는 그 친구랑 해주세요. 한미FTA 저지시키고 나면 그 친구도 시간이 날 테니까요. 그럼,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문화비평가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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