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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뜨거운 '세계의 송년'] (2)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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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뜨거운 '세계의 송년'] (2) 프랑스

입력
2006.12.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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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사회학자 제라르 메르메는 최근 프랑스 국민들이 과대망상 정신분열 우울증을 집단적으로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행복하지만 집단적으로는 불행하다는 게 논지였다. 실제로 프랑스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올해도 경제 침체의 고통을 겪었다. 지난해 대규모 이민자 폭동을 겪으면서 ‘관용의 나라’라던 자부심도 무너졌다.

내년 4월 22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은 성 대결과 이민자 문제, 경제 등 다양한 이슈 속에 치러질 전망이다. 프랑스 국민들의 우울증을 치료할 대안을 누가 제시하느냐가 초점의 하나이다.

지난달 사회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세골렌 루아얄(53) 의원이 남성 중심적인 프랑스 정가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지는 프랑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루아얄은 대중운동연합(UMP) 총재인 니콜라 사르코지(51) 내무장관과 결선투표 시 50대 50의 박빙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루아얄은 50대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몸매가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잡히는 등 올해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사회당의 남성 경쟁자들이 능력을 문제 삼아 루아얄을 헐뜯을 때마다 오히려 그의 지지율은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루아얄은 최근 중동 순방에서 헤즈볼라 출신 레바논 의원의 반미 발언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답했다가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은 한 달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민자 문제에 대해 그 동안 강경 입장을 고수해 왔던 두 대선주자들이 선거가 가까워 오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알제리를 방문한 사르코지 장관은 북아프리카계 이민 유권자들의 표를 겨냥해 “비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고, 13일에는 파리 교외에 사는 이슬람, 흑인 청년들과 대화하는 행사도 가졌다. 그러나 그는 내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빈 건물을 무단 점유 중이던 가난한 이민자를 내쫓았고, 지난해 이민자들의 소요 사태가 발생하자 시위대를 ‘깡패(racaille)’라고 불러 오히려 시위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종차별주의자로 알려졌던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당수 장 마리 르펜의 변신은 더욱 놀랍다. 그의 딸 마린은 이번 대선 홍보전을 이끌고 있는데, 이민자 출신인 흑인 여성을 포스터 전면에 내세우는가 하면, 르펜이 이 여성 및 프랑스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손을 잡고 있는 포스터도 만들어 유권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옵저버에 따르면 이 같은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 르펜의 지지도는 지난 대선 때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높아졌다.

경제 정책은 좌우 간극이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사르코지와 루아얄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다른 국가들의 비판에도 불구,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으로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주 35시간 노동시간에 대해서도 적용범위를 확대하자는 사회당과 달리 루아얄은 교사들의 근로시간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보다 유연한 경제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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