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주는 하나의 점에서 어느 순간 거대하게 폭발해 현재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 이게 바로 유명한 빅뱅 이론이다. <우주의 구조> 는 빅뱅(Big Bang) 이론과, 여기서 진전된 인플레이션(Inflation) 이론을 통해 우리 우주의 탄생을 설명한다. 우주의>
빅뱅이나 인플레이션이나 거대하게 팽창했다는 점에서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인플레이션은 빅뱅 보다 한걸음 진보한 이론이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10의35제곱분의 1초만에 10의30제곱~10의100제곱배나 팽창했다. 감을 잡기 위한 저자(브라이언 그린)의 설명을 옮기면, 눈 한번 깜박이는 시간의 10억x10억x10억분의 1의 시간동안 DNA분자가 은하수 전체의 크기(10의30 제곱배)로 팽창한 것이다. 이는 우주 초기에 잡아당기는 중력이 아닌 밀쳐내는 중력이 작용한 결과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물리학자들이 풀어야 할 몇 가지 난제를 해결했다. 우주 생성 초기에 탄생한 빛의 잔해인 우주배경복사가 왜 그렇게 전 우주적으로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지(지평선 문제), 또 우리 우주의 밀도가 왜 하필 특정 임계값에 가까운지(평평성 문제) 등을 설명할 수 있다. 아무리 관측해봐도 우주의 에너지가 계산치보다 부족하다는 문제도 인플레이션 이론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우주에서 빛나는 물질의 양은 우주 전체 에너지 양의 5%에 불과하고, 빛나지 않지만 질량을 가진 암흑물질을 따져도 25%밖에 안 되는데, 나머지 70%의 암흑에너지는 밀쳐내는 중력(우주상수)에서 기인한 에너지로 설명되는 것이다.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 하는 질문은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이란 저 엔트로피 상태에서 고 엔트로피 상태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즉 시간은 왜 미래로만 흐르는가 라는 문제는 왜 우주는 초기 저 엔트로피 상태로 만들어졌는가와 같은 질문이 된다.
사실상 원시우주는 매우 에너지가 집약된 고 엔트로피 상태였는데 엄청난 팽창을 통해 저 엔트로피 상태를 얻게 됐고, 이에 따라 현재 계속해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시간이 미래로 흐르는 방향)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공간의 개념에는 여전히 ‘정답’이 없다. 책은 최근 초끈이론을 통해 우주론이 어떻게 진보하고 있고, 시공간에 대한 개념은 또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혼돈 섞인 호기심을 남겨둔다.
예를 들면 공간도 에너지나 입자의 최소단위가 있는 것처럼 더 이상 특정한 최소단위가 존재한다는 생각이나, 시공간 자체가 끈(초끈이론에서 모든 입자의 기본단위라고 가정하는 것)으로 구성됐다는 주장이 있다.
일상적인 삶과는 동떨어진 물리학 연구를 평생의 업(業)으로 삼겠다고 나선 학생뿐 아니라, 우리의 일생과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 본 사람이라면 <우주의 구조> 는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박병철 옮김, 승산간(2005년). 우주의>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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