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주력사인 LG전자와 LG필립스LCD의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바꾸는 등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LG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남 용 ㈜ LG 전략사업담당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현 김쌍수 대표이사 부회장은 ㈜LG 부회장으로 옮기게 된다.
LG필립스LCD(LPD)도 이날 이사회를 개최, 재무 및 인수합병 전문가인 권영수 LG전자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했다. 구본무 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준 LPD부회장은 LG상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전자와 LPL의 최고사령탑 교체는 실적 악화에 따른 분위기 쇄신과 세대교체의 측면이 강하다. 이들 두 계열사는 최근 2년간 주력사업인 휴대폰, PDP, LCD사업의 매출감소 및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 진용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위기 쇄신 인사는 그 동안 인화를 중시해온 구본무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성과주의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룹은 지난해 경영실적이 좋지않은 LG화학 노기호 사장을 교체하는 등 지난 2년간 그룹계열사 CEO 8명을 퇴진시켰다. 또 LG전자의 경우 임원 승진자는 2004년 60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35명, 올해 30명으로 감소했다. 경영 실적을 반영한 신상필벌 인사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주력사 CEO를 대폭 물갈이한 LG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그룹 등 다른 그룹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LG전자 남용 부회장, 돌아온 '전략형 CEO'
'비운의 CEO' 남용 사장이 4개월여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것도 전 직장(LG텔레콤)보다 더 큰 무대(LG전자)로, 더구나 한 단계 승격된 부회장으로.
18일 LG전자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남 부회장은 지난 7월 LG텔레콤 사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LG텔레콤은 "도저히 동기식 IMT-2000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사업권을 정보통신부에 반납했고, 남 사장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업권 규정에 의해 '자동적'으로 CEO에서 하차하게 됐다. 당
LG그룹은 LG텔레콤 사장에서 물러난 그를 ㈜LG 사장으로 발령했다. 때문에 회사안팎에선 '언젠가는 다시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LG전자 올해 실적이 예상외로 부진했고, 이 같은 주변상황악화는 결국 그의 컴백시점을 예상보다 훨씬 앞당기게 했다.
신임 남 부회장에겐 항상 '전략'이란 단어가 따라 다닌다. 그룹 기획조정실 비전추진본부 상무와 경영혁신추진본부장 등을 거치며 '사업의 핵심과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춘 전략가'란 평판을 얻었다. 모바일뱅킹과 번호이동 등을 통해 LG텔레콤을 그나마 이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도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는 구본무 LG회장의 복심(腹心)이란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관계자는 "구본무 LG 회장의 경영 철학인 고객경영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며 "이번 CEO임명도 LG전자를 새롭게 도약시키라는 구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장과 정보통신(IT)업계 경험이 풍부하고, 구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읽고 있는 남 부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LG전자도 큰 체질변화가 예상된다.
남 부회장은 얼마 전 골프를 치다가 프로조차 평생 어렵다는 알바트로스(파5홀에서 2번만에 공을 넣은 것)를 기록, 주변인사들로부터 "운수대통할 것"이란 축하를 받았는데 결국 현실화된 셈이다.
● LG전자 인사 이모저모
LG전자의 이번 인사에서 사업본부장이 대거 물갈이된 점이 눈에 띈다.
우선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에 안승권 MC연구소장(부사장)이 맡게 된 점이 눈에 띈다. 안 본부장은 총 730만대가 팔린 히트작 초콜릿폰과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샤인폰을 만들어 낸 주역 중 한사람이다.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장엔 강신익 한국마케팅부문장(부사장)이 선임됐다. 또 한국마케팅부문장엔 박석원 전략기획팀장(부사장)을 임명하고, 재경부문장(CFO)엔 정호영 경영관리팀장(상무)을 승진시켰다.
김기완 중아지역 대표, 조성진 세탁기사업부장, 이상봉 생산기술원장 등 상무도 부사장으로 점프했다. 특히 세탁기사업부장인 조 상무는 고졸 출신으론 처음으로 부사장으로 승진, 눈길을 끌었다.
26명의 핵심인재가 임원으로 신규 선임된 것도 특기할 만하다. 현지화를 위해 미국법인의 존 헤링턴, 프랑스법인의 에릭 서데이 등 해외법인 마케팅 책임자와 MC유럽팀장 도미니크 오 등 3명의 현지인이 LG전자 최초로 내부에서 임원으로 발탁됐다.
■상무 곽준식 김태표 김혁표 류임수 류형대 박재룡 박희종 상두환 신동웅 이기선 이병주 이장화 이춘호 이현욱 전준 도미니크오 에릭서데이 존헤링턴 ■연구위원(상무급) 강배근 김태봉 김형정 백명철 신종민 이칭호 최고희 황정환 ■ LG이노텍 ▦상무 河忠信 愼鏞喆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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