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들에게 2006년은 고단한 한 해였다. 2005년 말 달아오르기 시작한 증시가 연초 거침 없는 상승세를 보일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온통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혹독한 조정이 시작됐다. 사상 최고치 경신은 금새 빛 바랜 추억이 됐고 연초 강세 일변도의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연말이 다가오면서 종합주가지수(KOSPI)가 강세다. 연내에는 밟기 어려울 것 같았던 1,400선을 재탈환하고 사상 최고치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또 붉은 색으로 칠한 내년 전망을 들고 나왔다. 코스피 예상 고점은 1,600대가 기본, 1,700대를 점치는 곳도 많다. 부국증권은 1,800을 불렀다.
지수도 지수지만 역시 개인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건 종목이다. 내년 전망과 함께 유망종목을 제시한 9개 국내외 증권사들의 의견을 통해 2007년 주식투자 계획을 세워보자. 1년 뒤 증권사들이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는 냉소적 반응이 없는 건 아니지만.
ITㆍ금융 주도
9개 증권사 중 5곳이 삼성전자와 삼성화재를 꼽았다. 국민은행 대한항공 삼성전기 신세계 신한지주 현대모비스 NHN 포스코 하이닉스는 3곳으로부터 추천을 받았고, 한국타이어 현대차 롯데쇼핑 GS건설 KT LG데이콤 서울반도체 아모레퍼시픽은 2개 증권사가 유망종목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시 대표주 삼성전자(5곳)와 하이닉스(3곳)를 추천한 곳이 많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글로벌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으로 올해 하반기 주가 움직임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내년에는 국내 반도체산업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삼성전기도 3곳의 추천을 받았고 코스닥의 서울반도체도 복수 추천을 받았다. 현대증권은 “내년 기업실적이 경기 확장과 원화 환율의 안정, 반도체와 휴대폰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매출은 9.1%, 순이익은 16.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은 “2000년 IT 거품 붕괴 이후 가치주 중심의 시장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내년을 기점으로 성장주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내년 1분기 미국 IT산업 생산 회복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IT와 함께 기대를 받고 있는 쪽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업종이다. 5개 증권사가 삼성화재를 유망종목으로 택했고, 국민은행과 신한지주는 3곳의 추천을 받았다. 금융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증권 쪽이 박한 평가를 받는다. 대우증권 동부화재 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지주도 일부 증권사로부터 추천주로 꼽혔다. 경기회복 가시화에 따른 상승 탄력, 하반기 이후 우리금융 민영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에 따른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이 주요 포인트다.
메리츠증권은 “반도체를 포함한 IT주가 주도주 역할을 하는 가운데 조선, 증권 및 보험업종도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동부증권도 IT와 은행, 증권업종이 유망하다고 봤다.
소비 회복에 주목
소비 회복에 따른 내수주의 활약을 점치는 곳도 상당수다. 신세계 NHN(이상 3곳) 롯데쇼핑 KT LG데이콤(이상 2곳) 등이 복수추천 종목에 올랐다. 대신증권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 진입이 고성장의 배경이 되었던 수출주보다 안정적인 소비를 바탕으로 하는 내수주에 대한 매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동안 지속적인 비중 축소를 경험했던 내수주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수출주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도 “내수 특히 소비 증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소비가 장기 확장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제활동인구 증가, 소비성향이 높은 인구의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로 새로운 수요가 늘어나고 평균적인 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성향이 상향될 수 있는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게 배경이다.
소장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이익 모멘텀을 고려한 투자유망 업종은 IT, 산업재, 경기관련 소비재, 금융 순”이라며 “공통의 특징은 2007년 국내외 경기회복에 따른 경기 민감주 성격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