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조기 선거 논란으로 더욱 혼란에 빠졌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6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수반 선거와 총선을 조기에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 등 10개 정파 대표들은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리드 나샤알이 참석한 회의에서 압바스 수반이 요구한 조기 선거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나샤알은 “압바스의 조기 선거안은 쿠데타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비난했다. 조기 선거는 1월 총선에서 합법적으로 의회와 내각을 장악한 하마스를 몰아내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것이다. 조기 선거 제안 후 하마스 무장세력이 17일 새벽 압바스 수반의 경호원 캠프를 급습해 경호원 한명이 숨지고 세 명이 부상했다.
압바스는 지난해 1월 선거를 통해 수반에 올랐지만 올해 1월 실시된 총선에서는 자신의 파타당이 하마스에 패하면서 내각을 내줘 정치적 불안을 겪어왔다. 하마스가 내각을 장악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원조를 중단해 팔레스타인 경제는 최악으로 빠져들었다. 미국 등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보고 있기 때문에 원조나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양측의 갈등은 최근 하마스 출신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 암살 미수사건과 파타당 정보기관원 가족 살해사건으로 격화됐다. 14일 하니야 총리 일행이 귀국 도중 파타당 소속 국경수비대의 공격을 받아 경호원 한명이 숨지고 하니야 총리의 아들이 다쳤다. 하마스는 이에 항의해 15일 수십만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열어 파타당을 압박했다. 앞서 11일에는 파타당 소속으로 팔레스타인 정보기관 고위관리인 바하 발루셰의 아들 3명이 하마스로 추정되는 괴한들에게 총격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조기 선거 논란으로 팔레스타인이 하마스의 거점인 가자지구와 파타당의 근거지인 서안지구로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독립국가를 세운다는 팔레스타인의 계획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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