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자체 야생동물 복원 신드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자체 야생동물 복원 신드롬

입력
2006.12.18 10:54
0 0

“소백산에는 늑대가 어슬렁거리고, 설악산에는 사슴이 뛰어 놀고, 진주에는 수달들이 모여 사는 인공섬이 생기고…”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야생동물 생태복원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관광이벤트성에 치우치거나 철저한 연구 없이 백화점식으로 남발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북도는 1980년대 초반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야생 늑대 복원에 나섰다. 우선 내년 러시아 몽골 등지에서 늑대 2,3쌍을 들여와 안동의 야생동물관찰원에서 증식한 뒤 5년 정도 야생 적응훈련을 거쳐 소백산 등 산림에 방사한다는 계획이다. 야생 적응훈련기간에는 사파리식으로 학생과 시민들에게 공개해 생태학습과 볼거리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북도측은 “늑대의 방사는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복구해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균형있게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동강환경관리청은 내년 지리산 남쪽 경호강과 덕천강이 합류하는 경남 진주시 진양호에 국내 최초로 수달 보호를 위한 인공섬을 조성한다. 이 일대는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수달이 무리 지어 살고 있어 지난해 12월 야생동물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환경청 관계자는 “수달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동시에 탐방객들이 수달을 직접 살펴 볼 수 있도록 자연석과 나무, 수풀을 이용한 움집과 부표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인제군은 (사)사슴생태복원운동본부와 함께 일제시대 때 사라진 설악산의 사슴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제군 등은 장기적으로 내설악 일대를 사슴 목장화하기 위해 사슴증식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월 2015년까지 10년간 424억원을 들여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식물 54종을 복원하고 증식하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복원 대상 가운데 포유류는 설악산의 대륙사슴을 비롯해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사향노루, 산양, 여우, 바다사자 등 7종이다. 호랑이와 표범, 늑대, 수달 등은 빠졌다.

하지만 이 같은 야생동물 복원사업에 대해 학계와 환경단체 등의 우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연구 없이 국민 감성에 부응해 복원 대상을 정할 경우 또 다른 생태계 훼손과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복원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확보, 인간과의 충돌 및 피해발생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진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도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 재검토 여론에 휩싸여 있다. 환경부와 공단은 2004년부터 지리산에 반달곰 20마리를 방사했으나 올무 등에 의해 3마리가 죽고 1마리가 실종됐다. 또 4마리는 자연적응에 실패해 인공사육장으로 다시 데려와야 했다. 주민들과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반달곰이 먹잇감을 찾기 위해 산을 내려와 농작물을 훼손한 것이 올 들어서만 120여건에 피해액이 1억원이 넘는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자연은 인공으로 쉽게 조성하거나 복원되는 게 아니다”라며 “야생동물복원도 생태계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행위’인지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진주=정창효기자 chj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