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마리안느> 망년회에 갔었다. 소설가 김형경이 갓 나온 심리치유 에세이 <천 개의 공감> 을 갖고 와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책 앞부분을 읽었다. 2년 동안 정신과 의사를 13명이나 바꾼 사람과, "반대로 분석과정 자체가 생을 대신하게 돼 한 의사에게 13년 동안 매달려" 있는 사람에 대한 언급이 의미심장했다. 천> 마리안느>
<마리안느> 에서 싸들고 온 닭고기를 달포 전에 알게 된 길고양이에게 갖다 줬다. 몹시 뚱뚱한 검정고양이인데 얼굴이 굉장히 귀엽게 생겼다. 밤에 늘 세워져 있는 트럭 밑이 얘가 주로 오는 곳이다. 마리안느>
길고양이는 집고양이와 달리 정해진 밥그릇이 없다. 비닐이나 일회용 스티로폼 접시나 종이곽이나, 그때그때 다르다. 쪼그려 앉아 트럭 밑을 들여다보고 일어서자 눈발이 흩날린다.
집에 들어와 우리 고양이들과 창가에서 눈 구경을 했다. 지붕들도 골목길도 나무들도 학교 운동장도 금방 눈에 덮여 하얗게 부푼다. 문득 쁘와종 냄새가 맡고 싶어 창가로 갖고 왔다.
과연 쁘와종에서 펄펄 내리는 눈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쁘와종은 김형경이 준 향수다. 프랑스어로 독(毒)이라는 뜻이란다. 형경은 내가 향수를 좋아하는 걸 안다. 그 심리도 알까?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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