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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눈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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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눈 향기

입력
2006.12.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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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리안느> 망년회에 갔었다. 소설가 김형경이 갓 나온 심리치유 에세이 <천 개의 공감> 을 갖고 와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책 앞부분을 읽었다. 2년 동안 정신과 의사를 13명이나 바꾼 사람과, "반대로 분석과정 자체가 생을 대신하게 돼 한 의사에게 13년 동안 매달려" 있는 사람에 대한 언급이 의미심장했다.

<마리안느> 에서 싸들고 온 닭고기를 달포 전에 알게 된 길고양이에게 갖다 줬다. 몹시 뚱뚱한 검정고양이인데 얼굴이 굉장히 귀엽게 생겼다. 밤에 늘 세워져 있는 트럭 밑이 얘가 주로 오는 곳이다.

길고양이는 집고양이와 달리 정해진 밥그릇이 없다. 비닐이나 일회용 스티로폼 접시나 종이곽이나, 그때그때 다르다. 쪼그려 앉아 트럭 밑을 들여다보고 일어서자 눈발이 흩날린다.

집에 들어와 우리 고양이들과 창가에서 눈 구경을 했다. 지붕들도 골목길도 나무들도 학교 운동장도 금방 눈에 덮여 하얗게 부푼다. 문득 쁘와종 냄새가 맡고 싶어 창가로 갖고 왔다.

과연 쁘와종에서 펄펄 내리는 눈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쁘와종은 김형경이 준 향수다. 프랑스어로 독(毒)이라는 뜻이란다. 형경은 내가 향수를 좋아하는 걸 안다. 그 심리도 알까?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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