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5일은 전후 일본사에서 특별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평화국가' 일본을 상징해 온 교육기본법과 방위청설치법이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개정된 날이기 때문이다. '보통국가 일본'을 주창해 온 일본의 보수세력은 오래 전부터 이 법들을 고치기 위해 애써왔다. 이들에게 이날은 보통국가 일본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날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 교육기본법ㆍ방위청설치법 개정
천황의 교육칙어를 대체한 교육기본법은 전후 일본 교육에서 '평화헌법'의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개정된 법은 개인보다는 공익을 중시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관여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1954년 만들어진 방위청설치법은 침략전쟁을 주도한 군부의 독주를 반성하는 뜻을 담은 법이다. 법 개정으로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하고, 자위대의 해외활동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평화를 상징해 온 법들이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일본이 군국주의로 회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 사회의 성숙성과 그 동안 쌓아 온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을 고려하면 기우에 속한다. 최근 일본의 움직임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며,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침략을 당했던 입장에서 최근 일본의 거침없는 행보에 경계심을 갖는 것 또한 당연한 반응이다. 최근 급속하게 보수ㆍ우경화하는 일본 사회와 보수ㆍ우익 지도자들의 행태가 심상치 않기에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에서는 일본회의(日本會議)라고 하는 거대한 우익단체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모임도 있는데, 일본 정치를 주도하는 의원들이 무려 248명이나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를 미화하며, 핵무장과 관련된 발언을 일삼아 물의를 일으킨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정조회장은 이 모임의 회장대행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일본의 움직임은 '전전(戰前) 일본'의 재현을 희구하는 우익세력의 목표와 겹쳐보이는 부분이 많아 보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 급속한 보수ㆍ우경화 맞물려 우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67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작은 외조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정권은 일본 우익의 부활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법을 제정했다. 1872년 메이지(明治) 정부가 만들었지만 패전 후 폐지된 기원(紀元)절을 '건국기념의 날'(2월11일)로 복원시킨 법이다. 우익단체인 다이토주쿠(大東塾)는 당시 "일본의 재건과 유신을 위한 중대한 돌파구"라고 감격했다.
아베 총리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정권이 재임 중 개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교육기본법 뿐만 아니라 방위청설치법의 개정에도 성공했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베 총리는 지금 어떤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김철훈ㆍ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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