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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완간 인터뷰/ 시오노 나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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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완간 인터뷰/ 시오노 나나미

입력
2006.12.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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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로마인 이야기> 를 쓴 건 이 비관용의 시대에 종교, 민족, 심지어 음식 등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한 세계 안에서 사이좋게 공생했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어서였죠. 만일 지금이 고대 로마였다면, 독도는 황제령이 됐을 거고, 일본인과 한국인은 그곳에서 함께 낚시를 하며 즐겁게 살았을 겁니다.”

최근 일본에서 완간된 15권 <로마의 종언> 을 마지막으로 <로마인 이야기> 를 완간한 시오노 나나미(69). 그는 16일 도쿄 상공회의소에서 만난 한국 기자들이 이 방대한 역사서를 완성하게 된 소회를 묻자 “지금 머리가 텅 빈 상태라 아무런 소회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15년치의 밀린 인터뷰를 하느라 여유가 전혀 없어요. 하지만 내년부터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15년간 한 번도 없었던 여름휴가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좋네요.”

일본에서 학부(철학 전공)를 마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간 그는 어떤 정규 교육기관에도 적을 둔 적 없이 독학으로 역사를 공부해 400자 원고지 1만500장 분량의 <로마인 이야기> 를 썼는데, 구상에 30년, 준비에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역사의 오락성을 극대화한 그의 저술은 도발적인 역사 해석, 상상력으로 복원한 인물 중심의 생생한 서술로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1995년 첫 선을 보인 한국에서만 200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 “인간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학자들은 권위가 떨어질까봐 재미있게 보려는 자세 그 자체를 거부했죠. 난 대학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 정도의 자유는 가져야 밑지지 않는 장사 아닌가요.”

시오노는 <로마인 이야기> 의 의의를 비유럽인이자 비기독교도가 쓴 로마사라는 점에서 찾는다. 때문에 15권 <로마의 종언> 은 통상적인 역사 시기 구분과 달리 로마의 종말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는 서기 476년이 아닌 7세기로 잡고 있다. “로마제국의 멸망이 아니라 로마세계의 종말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죠. 저는 한 나라의 역사를 쓴 게 아닙니다. 제가 쓴 것은 국가로서의 로마의 종말이 아니라 문명으로서의 로마의 종말입니다.” 그래서 7세기를 로마의 끝으로 잡았다는 그는 “아마 그게 다른 로마사와 다른 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마가 패권국가로서 1,000년이나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유능한 지도자와 인프라 스트럭처,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지만, 시오노는 그 중에서도 로마 사회의 개방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로마인들이 다 해먹으려 하지 않은 것, 다른 나라가 더 뛰어나면 그들에게 충분히 맡겼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건 일본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덕목이지요.”

그는 역사교과서와 독도 문제 등이 야기한 한국과 일본의 고조된 갈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이웃나라와는 잘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전쟁만 안 나면 잘 지내는 거예요. 역사적 사실이란 것은 생각이 달라도 공유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인식은 공유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이 두 개의 시선을 만들면 됩니다. 한 개의 역사를 만드는 것보다 그게 현실적이에요.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나쁘면 좋아하는 건 중국뿐입니다. 중국 좋으라고 우리가 으르렁거려야겠어요?”

시오노가 꼽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이 아닌 조직 구성원들의 풍요를 꾀하는 것. “프랑스에 가면 베르사이유 궁전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로마에는 그런 개인적 유적이 없어요. 모두 원로원, 바실리카 회당, 신전 같은 공공장소들이죠. 피라미드는 굉장한 유적이지만 한 사람의 사후를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살아 생전에 여러 사람이 써야 하는 걸 만들었어요. 저는 로마인들의 그런 점이 좋습니다.”

시오노의 세계에서 역사는 위기와 극복의 반복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번영일 때도 있고 쇠퇴일 때도 있다. 네로는 천하의 무능한 황제였지만 태평성대를 구가했고, 아우렐리우스는 유능한 현제(賢帝)였음에도 쇠망을 면치 못했다. “마키아벨리는 리더의 필수 요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능력, 운, 시대의 요구.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시대와 부합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역사는 그래서 재밌어요. 늘 운이 좋고 선택받은 사람들만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로마의 종언> 은 내년 1월말 한길사를 통해 국내에 번역ㆍ소개된다.

도쿄=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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