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전형적인 조폭조직의 이름이다. 그러나 이같은 선입견과 달리 최근 국정원이 발표한 공안사건의 주 피의자인 장민호가 만들었다는 친북조직의 명칭이다. 이 사건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다.
우선 놀라운 것은 냉전적 보수언론들이 공안당국 관계자의 말이라며 이번 사건에 피의자들의 386 운동권 친구들, 특히 청와대의 고위비서관과 정치인, 시민운동가들이 관계됐다고 대서특필했다는 점이다.
● 당 내부정보 북한 전달 충격
2년 전 국정원은 과거의 일부 잘못된 관행에 의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고 국민의 정부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민간위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동백림사건, 인혁당사건등에 대한 진상조사 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위원회는 상당부분 실체가 있고 사실인 사건들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안기부 등이 사건을 부풀리고 이를 언론에 발표해 공안정국을 만들어간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이를 고쳐나갈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잘못된 관행이 반복된 것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학계의 대표로 위원회에 참여해온 당사자로서 충격을 받고 국정원을 공개비판하고 사표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측이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대한 해명을 들으니 문제의 기사들은 국정원에서 흘린 것이 아니라 공소장 등을 통해 다른 취재원에서 나간 것이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임 원장이 기자와 만나 이번 사건을 간첩단 사건 운운한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국정원이 언론플레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고책임자가 공개발언을 한 이상 국정원이 아무리 자신들이 흘린 것이 아니라고 변명을 해보아야 아무도 믿지 않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국정원이 공안사건에 대한 언론플레이 등에서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인권단체 등에 설득시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인 용의점도 충격이다. 사실 과거 운동권에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체사상파가 상당히 존재했다. 또 이들 중 극소수일지라도 아직도 주체사상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남아있고 이들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전ㆍ현직 고위관계자들이 관계되고 민주노동당의 내부 인사가 아니면 모를 주요 당직자들의 성향분석 등 내부정보가 북한에 전달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이 북한에 비판적인 당내의 다른 정파(평등파)를 제거하기 위해 주로 활동해왔고, 당이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문건을 채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행동했다니 할 말이 없다.
● 북한 비판 노선 명확히 해야
나는 세습 왕정에 가까운 북한체제와 개인숭배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것은 진보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상ㆍ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을 고무ㆍ찬양할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광화문에서 "김정일 만세"라고 소리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
그래봐야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성장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소리치는 사람만 미친놈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돈을 받고 국내의 여러 동향, 민주노동당의 내부성향 분석 등을 북한에 전달하는 것은 사상ㆍ표현의 자유와 무관한 전혀 다른 행위로 처벌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민주노동당은 북한에 대한 비판적 노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언제까지 민주노동당이 당을 북한 조선노동당의 남한지부로 만들려는 일부 주사파들에 의해 자멸의 길로 가야 하는가? 필요하다면 북한은 진보정권이 아니라고 보고 진정한 진보를 추구하는 '민주노동당'과 친북적인 '조선노동당'으로 분당을 해야 한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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