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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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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네거티브

입력
2006.12.1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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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정치 하면 흔히 이미지 정치를 연상하기가 쉽다. 매스 미디어의 꽃을 피운 나라라는 미국이 이미지 정치에 좌우되는 나라라고 생각하기도 십상이다. 일정 부분 분명한 사실이지만 전적으로 사실은 아니다.

이미지 정치의 원산지가 미국인 것은 맞다. 지미 카터의 '보통 사람' '가방 들기' 등의 이미지 만들기는 우리 정치도 성공적으로 베껴 먹은 대표적 이미지 상품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젊은 미국'도 마찬가지 얘기다.

■ 그렇다고 미국 정치를 이미지가 결정한다고 믿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책이다. 이미지로 밀고 나가다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가 1984년 민주당 게리 하트 상원의원이다.

그가 내세운 '새로운 인물론'이 잠시 먹히는 듯 하다가 스캔들 한 방에 주저앉아 버린 이유는 이미지 전략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반면 숱한 스캔들에 시달리고도 1992, 1996년 선거를 이긴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는 정책의 승리라는 게 정설이다.

■ 그의 집권은 예상 밖이었는데, 이는 '민주주의 리더십 회의'라는 연구소가 여러 해 동안 개발해낸 정책 생산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미국의 각 정당은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 정책 기획을 확정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정한다. 선거 일정이 이를 중심으로 짜이고, 경쟁은 이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이 점,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엉뚱하게 닮은 대목 중 하나가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에 치중하는 네거티브 전략은 대중을 흥분시키고 마음을 움직이는 데 가장 쉽고, 효과적이다.

■ 정치 광고는 부정(네거티브) 광고가 긍정(포지티브) 광고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둔다는 게 일치된 연구 결과이다. 또한 부정의 내용이 긍정의 내용보다 사람들의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네거티브 전략은 열세 후보, 도전하는 후보 쪽이 선호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을 상대로 '박정희 따라하기'라는 제목의 네거티브 전략을 시작해 비난을 받고 있다. "매주 한 건씩 하겠다"고 예고까지 해 놓은 마당이다.

만사를 제치고 재미 좀 보겠다는 것이야 알겠는데, 너무 속이 보이는 짓이라, 좀 '거시기'하다. 선거도 하기 전에 패색을 자인하는 격이니 안쓰럽다는 말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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