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이 앞 다투어 특강에 나서고 있다. 이유는 한두 시간 동안 국정 철학과 비전,정책 등을 마음껏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을 전혀 받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강은 대선주자에게 최고의 무대인 셈이다.
특강을 하는 곳에 가면 ‘대학생 반, 기자 반’이라고 할 정도로 기자들이 많다. 기자들은 특강 메시지를 거의 그대로 전달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지를 직접 호소하지 않는 한 선거법의 제약도 없다. 책이나 언론 등을 통한 간접 접촉보다 직접 접촉을 통해 젊은 층을 상대로 지지 기반을 넓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선주자들이 특강을 위해 가장 자주 찾는 곳은 대학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고건 전 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주요 대선주자 5명은 최근 반년 동안 총 85회의 강연을 했는데 42회는 대학 특강이었다.
대선주자가 특강을 마치고 나올 때는 달려와서 사인을 요청하는 ‘오빠 부대’ 또는 ‘누나 부대’ 들이 꼭 있다. 대선주자들은 이 같은 스킨십을 통해 자신을 좋아하는 팬을 만들고 있다.
특정 지역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 지방 대학을 찾아 특강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대선주자측 참모는 “지방에서 특강을 갖는 날 지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되면 그 지역 지지도가 단숨에 2~3% 정도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강 정치는 대학을 선거운동의 장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쌍방향식 대화를 통한 후보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대선주가가 특강에서 밝힌 메시지를 학계나 전문가, 언론이 적극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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