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이었던 2006년. 세계 곳곳에서 이들의 음악이 연주됐고, 국내에서도 수많은 단체들이 두 작곡가를 재조명하는 공연을 했다. 하지만 가장 뚝심 있고, 열정적이었던 단체를 꼽으라면 단연 현악4중주단인 ‘콰르텟엑스’다.
제1바이올린 조윤범(31), 비올라 김치국(29), 제2바이올린 김경연(26), 첼로 오새란(26)으로 이뤄진 이 젊은 현악4중주단은 모차르트의 작품 23개와 쇼스타코비치 작품 15개 등 총 38개의 현악4중주곡을 12차례에 걸쳐 모두 연주하는 <모차르트 쇼스타코비치 컴플리트> 프로젝트를 했다. 이 전무후무한 도전 계획에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모차르트의 생일인 1월27일 시작한 대장정은 오는 29일 서초동 DS홀에서 마침표를 찍게 된다. 모차르트>
12일 오전 콰르텟엑스 멤버들은 어김없이 DS홀로 ‘출근’해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국내 유일의 ‘전업’ 실내악 단체인 콰르텟엑스는 2000년 결성한 때부터 주 5일, 오전 9시부터 한 곳에 모여 연습을 할 만큼 오직 현악4중주에만 매달려왔다.
“다들 무모하다고 했지만 모차르트와 쇼스타코비치가 겹치는 해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횟수를 더할수록 성장하는 게 느껴졌어요.”(오새란) “이번 연주회를 통해 팬클럽이 생겼는데 벌써 400명이 넘었어요. 11번의 연주회에 모두 참석한 팬도 10명이나 돼요.”(김치국) “전업 단체이기에 가능한 도전이었죠. 엄청난 연주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연습을 쉰 적이 없습니다. 모두가 작업의 가치와 의미를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죠.”(조윤범)
콰르텟엑스의 올해 활동은 모차르트와 쇼스타코비치에 머무르지 않았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에 출연했고, 소년원이나 암센터, 지하철역, 심지어 작은 섬의 해변까지 이들의 무대가 됐다. 조윤범은 이를 “랩으로 다가와 팬들을 록으로 끌고 간 가수 서태지의 방식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호로비츠를>
이들은 내년에도 DS홀에서 <히스토리> 라는 타이틀의 1년짜리 시리즈를 한다. 현악4중주의 최고 걸작들을 시대순으로 연주하는데, 매 공연에 앞서 강좌도 연다. 4월에는 12번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음반을 낸다. 모든 곡을 3분 내외로 편집하고 제목을 붙였다. 차이코프스키가 파리에서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쓴 3번에는 <파리에서의 눈물> , 톡톡 튀는 베토벤 14번 5악장에는 <팝콘>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대중가수와의 협연곡도 있다. 전국 투어 공연이 잡혀 있고, 현악4중주의 세계를 담은 책도 출간한다. 찾아가는 음악회도 계속된다. “이걸 다 할 수 있겠어요?” 미심쩍은 눈초리에 김경연이 깔깔 웃는다. “작년에도 다들 그러셨어요. 내년 이맘때쯤 확인해보세요.” 팝콘> 파리에서의> 히스토리>
올해 마지막 연주회에서 이들은 모차르트와 쇼스타코비치의 마지막 현악4중주곡을 연주한다. 쇼스타코비치가 죽음을 앞두고 쓴 15번은 6악장이 휴식없이 이어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느리고 침울하다. “관객들이 다 주무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곡에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의 매력이 있다고 해요. 그 매력을 관객과 함께 발견하고 싶어요.”(조윤범) 공연문의 (02)3473-25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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