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에 몰렸던 팬택계열이 은행권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결정으로 회생의 첫 발판을 마련했다.
산업은행 등 10개 채권은행단은 1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은행자율협의회를 갖고 팬택과 팬택앤큐리텔 등 팬택계열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해 말 만료된 이후 채권은행들의 자율적 합의로 추진되는 첫번째 사례다.
이에 따라 채무가 우선 2개월간 유예되고 주채권은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1개월을 추가 연장이 가능해져 팬택계열은 내년 3월까지 채무상환 압박을 덜 수 있게 됐다.
채권은행단은 이 기간동안 외부전문기관에 의뢰해 자산부채 실사 및 기업 존속능력 평가를 거쳐 팬택계열의 경영정상화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실사를 맡을 외부전문기관은 내주 중 선정된다.
그러나 박병엽 부회장의 경영권 및 개인지분 포기 여부 등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사 기간 동안에는 새로 구성될 채권은행자율협의회 감독 아래 박 부회장이 경영을 하게 된다. 이후 실사 결과에 따라 박 부회장의 경영권 및 개인지분 처리문제 등이 결정된다.
팬택계열 지분구조는 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팬택C&I가 팬택앤큐리텔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고, 팬택앤큐리텔은 다시 팬택 지분 44%를 갖고 있다. 박 부회장은 팬택 지분 1.8%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박 부회장의 지분은 특수관계인 포함 총 48.9%다.
그러나 문제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동향이다. 은행권이 채무를 유예해도 회사채와 CP를 보유중인 제 2금융권이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워크아웃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재 팬택계열의 총 부채는 1조4,753억원으로, 이중 CP 1,606억원과 회사채 6,555억원을 보험, 새마을금고, 신협 등 제 2금융권이 대부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팬택계열의 제 2금융권 설득여부가 워크아웃 추진의 관건이다. 팬택계열과 채권단은 조만간 소집 공고를 내고 회사채ㆍCP 소유자들의 동의를 구할 계획이다.
팬택계열 회사채의 약 70%를 수탁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 등5개 수탁회사들도 조만간 채권자 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공모사채여서 공제회, 단위 신협, 일반 법인, 개인 등 다양한 투자자들의 개별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5개 수탁회사가 보유한 팬택계열 회사채는 총 4,400억원으로 팬택계열 전체 회사채의 67%에 이른다.
팬택계열은 이번 채권은행단의 결정으로 채무 압박에서 벗어나 회생 노력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채권은행단의 워크아웃 결정을 환영한다"며 "채권은행단의 활동에 적극 협조해 회사를 조속히 정상화 하겠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