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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사기 주의보

입력
2006.12.1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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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납치됐어요"

“아빠. 저 친구 빚 보증 섰는데요, 친구가 빚을 안 갚아서 납치됐어요.” 14일 낮12시40분께 서울 강남구 A(53)씨의 가게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평소 아들 목소리와 달랐지만 당황한 A씨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들이 폭행당하고 겁에 질려서 목소리가 변한 것일까 하는 생각만 스쳤을 뿐이다. 이제 중1인데 누구한테 무슨 빚 보증을 서며 어른들에게 납치까지 당하느냐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수화기를 넘겨 받은 한 남자는 “아들을 데리고 있다. 500만원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는 정씨의 휴대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계좌번호를 불러준 뒤 “전화를 끊지 말고 근처 은행에 가서 바로 입금하라”고 협박했다. 경찰에 신고할까 통화를 계속하도록 한 것이다. 정씨는 이런 상황을 메모지에 써 주위에 건넨 뒤 인근 K은행에서 5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정씨의 아들은 멀쩡히 집에 있었다. 경찰이 급히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했지만 280만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뒤였다.

부모의 자식 사랑을 악용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씨 외에도 이번 주 들어 인천, 울산, 경남 진주시, 제주 서귀포시 등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거짓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주로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상대로 했던 이전 범죄와 달리 최근에는 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보다 정교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경찰은 일본에서 수입된 이 범죄가 도를 더할 것으로 보고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에서는 2000년을 전후해 이른바‘오레오레(나야, 나)’범죄가 유행해 2004년에는 피해액이 23억엔(당시 230여억원)에 달했고, 올해도 도쿄(東京)에서만 100여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고령자에게 자녀인 척 “나야, 나”라고 전화를 해 교통사고를 내 급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최근에는 경찰을 사칭해 “자녀가 사고를 냈는데 당장 화해하지 않으면 구속된다”고 협박하는 등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소규모 사기꾼 그룹이 아니라 야마구치구미(山口組) 등 야쿠자조직의 조직적인 신종 사기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폭력조직과의 연계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당신 계좌 범죄에 연루" 보이스 피싱 사건 극성

검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무작위로 전화한 후 각종 사기수법으로 돈을 이체받아 가로채는 이른바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사건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피싱이란 신용카드 번호,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이를 이용하는 사기수법으로 보이스 피싱은 전화를 이용한 피싱을 말한다. Phishing은 Fishing에서 유래된 조어다.

전화사기단은 피해자를 겁줘 은행으로 유인한 뒤 현금지급기를 통해 돈을 이체받는 방법이나 자동응답전화(ARS) 상담원을 가장, 폰뱅킹에 가입하게 해 돈을 송금받는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도박 사기단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기단 계좌에서 당신 계좌번호가 나왔다”며 “계좌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피해자를 속였다. 이들은 “피해자의 계좌를 중지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현금지급기 번호를 누르게 하는데 이들의 요구에 따라 번호를 누르면 계좌이체가 돼버린다. 또는 전화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야 하는데 왜 나오지 않냐”고 한 뒤 주민번호 등을 묻고 폰뱅킹에 가입하게 해 돈을 송급받으려 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전화사기단 신고가 13일에만 300여건이나 접수됐다.

검찰은 범죄가 해외에서 기획돼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전화 발신자를 역추적해도 확인되지 않거나 통신자료를 받아보기 어려운 외국 회사회선을 사용한 경우가 많아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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