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리즈 메러클 하퍼 글, 그림ㆍ이원경 옮김/비룡소 발행·32쪽·8,500원
‘프랑스 왕 루이 14세는 변기에 앉아 재판을 하고 명령을 내렸다. 그것도 신하들이 다 보는 앞에서…. 중세유럽은 길 한복판에 똥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지나 다니지도 못했던 똥 투성이 시대였다.’ 이런 난감한 진실을 유쾌하게 알려주는 동화가 나왔다.
‘똥 이야기’임을 당당히 밝히는 이 책은 한마디로 웃긴다. 사람들이 어떻게 똥을 누고 살았는지 아냐고 슬쩍 묻고선 똥오줌과 변기에 얽힌 역사를 만담꾼처럼 늘어놓는다.
콜롬비아에선 음식 간을 맞출 때, 스페인에선 양치질을 할 때 오줌을 썼다. 속이 좀 불편하겠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프랑스인들이 ‘가르데 로!”라고 외치면 재빨리 자리를 피해야 했다. 머리에 요강 속 오물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그리고 로마인들은 칸막이가 없는 공중화장실에 모여 앉아 볼 일을 봤다나. 현대의 위생관념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 투성이지만 저자의 넉살에 책장은 잘도 넘어간다.
아이들이 똥 이야기에 열광하는 걸 보면 분명 궁합이 척척 맞을 듯하다. 수세식 변기를 발명한 존 해링턴에게 고마워 할 수도, ‘비데’라는 멋진 변기가 동양인 일본에서 만들어 진 게 뿌듯할 수도 있고 말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속삭이지 말고 신나게 소리쳐”라고 응원한다. 아마도 삶의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뜻이 숨어있을 게다. 일상의 진정한 거사(巨事)를 쏙 빼놓고 알 수 있는 게 얼마나 있겠나.
크리스마스 날,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이 탄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주 비행사는 어떻게 볼 일을 볼까. 변기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는데도 유용한 책은 이 역시 재미나게 말해준다. 아이들이 묻기 전에 얼른 들춰볼 일이다.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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