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종 지음/시공사 발행ㆍ각권 390쪽 내외ㆍ각권 1만6,000원
최근 세계적인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공연을 하다 관객의 야유를 참지 못하고 퇴장한 일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에 비하면 이는 새발의 피 수준이다. 1958년 로마 오페라 극장에서 이탈리아 대통령 등 수많은 명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페라 <노르마> 를 공연하던 칼라스는 1막을 마친 후 더 이상 노래를 못하겠다며 극장을 떠나버렸다. 공연 당일 새벽까지 사교 클럽에서 ‘즐겼기’때문이었다. 노르마>
경제적 지원을 요청한 어머니에게는 “아직 젊으니 일을 해서 돈을 벌라”고 했고, 다른 가수를 기용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키워준 지휘자 툴리오 세라핀과 절연했다. 다른 가수가 더 많은 박수를 받으면 그를 걷어차기까지 한 ‘못된 여자’였다.
하지만 그의 예술가로서의 집념은 모든 비난을 잠재웠다. 한 학기에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마스터했고, 90㎏이 넘던 체중을 1년 만에 30㎏ 이상 줄였다. 내면으로부터 끓어오르는 격렬한 감정을 목으로 그대로 뽑아올린 칼라스는 오페라에 대한 미적 판단 기준을 완전히 바꿨다.
이 책은 ‘오페라의 꽃’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성악가 50명에 관한 이야기다. 1권은 엔리코 카루소부터 루치아노 파바로티까지 남성 성악가들을, 2권은 칼라스를 비롯해 그의 라이벌이었던 레나타 테발디 등 여성 성악가들을 소개했다.
성악가들의 일생과 음악적 업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과 관련된 성악가들, 대표 음반도 함께 소개했다. 풍부한 정보를 젠체하지 않고 쉽게 풀어낸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10대부터 팝스타 대신 마리오 델 모나코, 프랑코 코렐리를 숭배했다는 저자는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을 운영하고 있는 음악 칼럼니스트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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