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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첫 경찰조사 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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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첫 경찰조사 수모

입력
2006.12.1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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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4일 집권 노동당의 ‘상원의원 매관매직’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영국에서 현직 총리가 범죄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는 처음이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블레어 총리가 관저에서 2시간여 동안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면서 “직접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아니라 참고인으로 조사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마침 블레어 총리의 조사 시점이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사망사건 조사 결과 발표와 겹치자 영국에선 총리실이 사건파장 축소를 위해 의도적으로 날짜를 조정했다는 논란으로 시끄럽다.

경찰은 조사에서 블레어 총리가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핵심 측근이자 정치자금 모금자인 로드 레비와 매트 카터 노동당 전 사무총장 등에게 1,400만파운드(약 250억원)를 모금하기 위한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승인했는지, 그 대가로 그들에게 귀족 작위를 추천했는지 여부 등 쟁점 사안들을 캐물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이번 사건은 야당 의원들이 3월 지난해 총선 당시 기업인 4명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노동당에 지원하는 대가로 귀족작위에 추천됐다고 주장, 영국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노동당 추천자 2명이 상원의 자격 심사과정에서 거액을 노동당에 대출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종신귀족(Life Peers)은 총리가 국가에 기여한 바에 따라 추천, 여왕이 임명하며 비 선출직인 상원의원이 된다.

노동당은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중앙은행(BOE) 기준금리보다 2% 높은 이자를 쳐주기로 한만큼 이는 전적으로 상거래”라면서 “귀족작위는 공직이 아닌데다 다른 당에서 하는 것처럼 당에 기여한 정도를 감안해 추천했을 뿐이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따라 수사에 착수, 지금까지 노동당 정부의 2인자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을 비롯한 90명 이상을 조사했다. 이 중 로드 레비 등 3명은 체포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영국은 1916~26년 자유당 소속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당시 총리가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의원직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의원직 매관을 금지한 법을 제정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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