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파니 슈회더 지음ㆍ조원규 옮김/세미콜론 발행ㆍ307쪽ㆍ1만8,000원
뚱뚱한 흑인 여자가 미니 스커트를 입고 춤을 추거나 물구나무를 서고(<춤추는 흑인 나나> ㆍ1965년), 누워 있는 거대한 만삭 여인의 질구를 통해 관람객들이 드나들고 작품을 감상한다( <혼> ㆍ1966년ㆍ사진). 그녀의 몸 안 곳곳에는 영화관, 음료수 판매대,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혼> 춤추는>
인종주의와 남근중심주의에 대해, 저 보다 더 유쾌한 반역은 없으리라. 모반의 주인공은 2002년 72살의 나이로 세상을 뜬 프랑스 미술가 니키 드 생팔.
책은 작품만큼이나 다채로웠던 그의 삶을 소설처럼 재현한다. 24세에 미술에 정식 입문, 8년만에 누보 레알리슴의 회원이 돼 현대 회화의 중심에서 생을 작렬시켰던 여인의 족적을 따라간다. 석고 부조에 총을 쏘아 순백색의 석고에 피빛 물감이 번지도록 한 <슈팅 페인팅> 은 이 세상이 얼마나 엉터리 같은가를 보인, 이를 테면 그의 출세작이었다. 슈팅>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임신한 친구에서 영감을 얻은 <나나> 는 진정한 여성 해방을 향한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옷을 던져 버린 몸에는 꽃무늬 등 갖가지 무늬가 축제 마당처럼 그려져 있다. 여성 해방을 넘어, 인간을 삶의 질곡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거대한 힘에 사로잡혔다. 나나>
섹스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련의 작품들은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위선 없는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동거, 이별, 가족 등에 대해 그녀가 지녔던 생각과 행동은 현실과는 운명적으로 길항하고 있었다.
이 책은 2007년 1월 2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생팔의 첫 한국 전시회에 맞춰 출간돼 의의를 더한다. 출판사는 온라인 독자들에게 전시회 티켓을 무료 제공하는 등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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