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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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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

입력
2006.12.1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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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파니 슈회더 지음ㆍ조원규 옮김/세미콜론 발행ㆍ307쪽ㆍ1만8,000원

뚱뚱한 흑인 여자가 미니 스커트를 입고 춤을 추거나 물구나무를 서고(<춤추는 흑인 나나> ㆍ1965년), 누워 있는 거대한 만삭 여인의 질구를 통해 관람객들이 드나들고 작품을 감상한다( <혼> ㆍ1966년ㆍ사진). 그녀의 몸 안 곳곳에는 영화관, 음료수 판매대,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인종주의와 남근중심주의에 대해, 저 보다 더 유쾌한 반역은 없으리라. 모반의 주인공은 2002년 72살의 나이로 세상을 뜬 프랑스 미술가 니키 드 생팔.

책은 작품만큼이나 다채로웠던 그의 삶을 소설처럼 재현한다. 24세에 미술에 정식 입문, 8년만에 누보 레알리슴의 회원이 돼 현대 회화의 중심에서 생을 작렬시켰던 여인의 족적을 따라간다. 석고 부조에 총을 쏘아 순백색의 석고에 피빛 물감이 번지도록 한 <슈팅 페인팅> 은 이 세상이 얼마나 엉터리 같은가를 보인, 이를 테면 그의 출세작이었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임신한 친구에서 영감을 얻은 <나나> 는 진정한 여성 해방을 향한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 옷을 던져 버린 몸에는 꽃무늬 등 갖가지 무늬가 축제 마당처럼 그려져 있다. 여성 해방을 넘어, 인간을 삶의 질곡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거대한 힘에 사로잡혔다.

섹스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련의 작품들은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위선 없는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동거, 이별, 가족 등에 대해 그녀가 지녔던 생각과 행동은 현실과는 운명적으로 길항하고 있었다.

이 책은 2007년 1월 2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생팔의 첫 한국 전시회에 맞춰 출간돼 의의를 더한다. 출판사는 온라인 독자들에게 전시회 티켓을 무료 제공하는 등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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