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1개월간 공전된 북핵 6자 회담이 16일 사실상 막을 올린다. 18일로 예정된 공식 회담에 앞서 이날부터 당사국들간의 양자, 다자 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측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측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남북 수석대표회담과 북미, 한미, 북중 등 양자대화가 추진되거나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전 치열한 수읽기 싸움
북한과 5자 당사국은 양자대화에서 핵 폐기 초기조치에 대한 상호 협상의지를 탐색하게 된다. 외교가에선 남북회담은 16일, 북미회담은 17일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 대표단이 16일 오전 고려항공편을 통해 베이징에 도착하게 되면 남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17일 밤 당사국 예비회담에 앞서 북미대화가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측이 회담 전까지 협상전략 노출을 막기위해 회담 당일인 18일 베이징에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합의도출 가능성과 수준은
핵 폐기를 위한 초기 조치에 대한 북미 입장차는 현격하다. 미국은 ▦핵시설 가동중단ㆍ감시활동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검증(전면 핵사찰) ▦폐기의 4단계 중 신고까지를 회담 목표로 잡고 차기 회담에서 핵 폐기 전체 단계의 타결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가동중단 등 최소한의 카드로 협상의지만 보인 뒤 최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버티기로 나설 공산이 크다.
초기ㆍ상응조치의 균형 맞출 수 있을까
북측의 핵 폐기 초기조치 이행과 5자 당사국의 보상 간의 접점을 찾는 게 회담성패의 핵심관건. 일단 중국이 제시한 가동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활동 재개가 1차 목표가 될 전망이다. 이 경우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 등 관계정상화 초기단계 및 에너지 지원 협의 등 낮은 수준의 상응조치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조치는 핵 동결과 초보적 신고조치에 대해 중유제공을 약속한 1994년 제네바 합의보다 후퇴한 내용이어서 미국은 실물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94년과 마찬가지로 중유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우리측이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제시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어 북측 대응이 주목된다. 물론 북측이 핵보유국 지위 요구 등 9ㆍ19 공동성명 범위를 벗어난 주장을 펼칠 경우 회담은 초반부터 교착이 예상된다.
BDA문제도 회담에 변수
베이징에서 별도로 진행될 북미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북한계좌 동결 문제 논의도 회담의 큰 변수다. 북한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미국은 위조지폐 제조 등 불법행위에 대한 개괄적 증거를 제시하고 북측의 중단의지를 확인하려 하는 반면 북측은 BDA에 대한 미측의 해결의지를 탐색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 북측이 조기 해결이 힘들다고 판단하면 6자 회담을 어렵게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6자회담' 美 대표단에 한국계 3人
18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재개될 북핵 6자회담에 참석하는 미국측 공식ㆍ비공식 대표단 10여명 중 한국계 3명이 포함돼 있어 이들의 활약이 주목된다.
우선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다음인 차석 대표를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이 맡게 됐다. 빅터 차 보좌관은 계속 6자회담에 참여해 왔지만 지난해까지 차석대표를 역임했던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 대사가 다른 자리로 옮겨감에 따라 이번에 차석대표로 승격됐다.
4명의 공식 대표단에는 또 올 여름 국무부 한국과장에 발탁된 성 김(한국명 김성용)씨가 새로 합류했다. 공식 대표단은 수석ㆍ차석 대표, 성 김 과장 외에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의 후임을 맡게 된 국방부 인사 1명 등이다.
공식 대표단은 아니지만 전체 대표단 중에는 역시 올해 여름 국무부 북한팀장에 임명된 한국계 유리 김씨가 포진, 공식 대표단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성 김 과장과 유리 김 팀장은 모두 국무부 본부에서 근무하기 전에 주한 미 대사관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힐 차관보가 주한 미대사로 재직할 당시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던 이들을 눈 여겨 봤고 본인이 차관보로 옮긴 이후 이들을 차례로 본부로 불러들여 한국관련 보직을 맡게 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설명이다. 말하자면 힐 차관보의 ‘한국 사단’인 셈이다.
빅터 차 보좌관, 성 김 과장, 유리 김 팀장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한국말을 알아 듣고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협상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북측 대표단의 미묘한 말의 어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대북 유화론자는 아니다. 빅터 차 보좌관은 조지타운대 교수 시절부터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돼 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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