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12월24일 캐나다 출신 과학자 레지널드 페센덴이 자신의 육성과 음악을 전파에 실어 송출한 지 100년이 지났다. TV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라디오는 ‘사양 매체’라고 불렸지만 아직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디오의 끈질긴 생명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정찬형 MBC 라디오본부장은 “라디오가 발전하는 통신 기술에 접목되면서 개인 미디어화 하고 있고, 지역 정보를 다루는 소출력 라디오가 등장하면서 청취층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라디오는 라디오 수신 기능이 있는 MP3플레이어, 휴대폰 뿐만 아니라 가정과 직장 내 PC마저 점령할 태세다. 올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인터넷 전용 라디오 플레이어를 출시해 청취자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2월 출시한 MBC ‘미니’를 비롯, KBS ‘콩’, SBS ‘고릴라’, EBS ‘반디’ 등의 다운로드 건수는 지금까지 약 500만 건에 달하는데,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라디오 방송이 인터넷을 통해 라디오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면, ‘지역성’을 기반으로 청취 범위가 3~4km 남짓한 소출력 라디오의 등장은 주류 방송에서 배제된 댜양한 계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소출력 라디오 방송은 현재 서울 마포구, 관악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 중 마포FM 현장을 찾았다.
“마포구에서는 유행성 독감 예방접종을 지정 병원에서 실시합니다. 관내 만 65세 이상 어르신, 만 3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3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12월 15일까지 실시하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스튜디오 안의 진행자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관내의 ‘살아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스튜디오 2개가 있는 30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된 마포FM 방송국은 상근자가 4명에 불과하다. 제작진은 주로 160명에 달하는 자원활동가들. <칭찬열차> 를 제작하는 대학생 정수현(25)씨는 “방송작가가 꿈인데, 이곳에서 방송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다. 칭찬열차>
이웅장 편성팀장은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민들의 참여도 늘어나면서 소출력 라디오 방송은 점차 구청과 지역 주민간 소통의 매개로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주민들이 구청으로 몰려가 시위를 하는 방법으로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했다면 지금은 소출력 라디오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는 식이다. 일례로 점심시간에 기사식당 앞에 늘어서 있는 택시 때문에 불편을 겪던 주민이 마포FM <희망을 여는 아침> 에 제보를 했고, 마포FM이 구청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차 쿠폰제 시행 등 개선 방안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희망을>
이 밖에도 마포FM은 성적 소수자, 장애인, 지역 노점상 대상 프로그램 등 기존 FM 라디오 방송이 다루지 못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 팀장은 “이 같은 주민 소통의 장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려면 정부가 10W 이상의 안정된 출력을 허용해 많은 주민들이 방송을 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공공성을 인정해 공적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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