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원장 김병국 고려대 정외과 교수)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일부터 12월5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1,032명을 대상으로 대선과 관련한 개별 면접조사를 공동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본보 11일자에 보도했습니다. 이번에는 김장수 고려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가 최근의 면접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선주자 지지도 등을 심층 분석한 결과를 게재합니다.
여당 후보군의 부진 속에 지지율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고건 전 총리 순으로 나타나는 현재의 ‘빅3 ’ 경쟁 구도가 지속될 것인가. 이와 관련해 ‘이명박 지지 기반의 허수론’과 ‘범여권 지지세력의 재결집론’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허수론의 골자는 이 전 시장의 우세는 범여권 지지층 상당수가 그를 지지함으로써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범여권 지지층이 재결집해 한나라당과 여권 후보 간의 팽팽한 대결구도가 형성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면접조사는 두 가지 쟁점에 단서를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이 전 시장 지지율 27.6% 대 박 전 대표 지지율 15.7%로 나타난 이 전 시장의 우세가 범여권 세력의 압도적인 지지에 기반한다는 이명박 허수론은 일단 반쪽만의 진실로 드러났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들은 이 전 시장 지지자 21.3%, 고 전 총리 지지자 18.9%, 박 전 대표 지지자는 7.2%로 나뉘어졌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응답자 가운데 이 전 시장(21.1%), 고 전 총리(19.6%) 지지자는 각각20% 안팎이었지만 박 전 대표 지지자는 6.3%에 그쳤다. 여권 지지층에서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이 전 시장이 선두였다. 가령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을 찍은 응답자 가운데 이 전 시장 지지자는 42.8%에 달했지만 박 전 대표 지지자는 29.7%에 그쳤다.
여야가 박빙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전환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부동층의 크기와 성향, 쟁점별 지지 후보의 질적 차이 등에 의해 결정된다. 아직 지지할 대선주자를 정하지 않은 31.6% 가량의 부동층 가운데 대다수가 범여권 지지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박빙구도로의 전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내년 대선까지 남은 1년 동안 수많은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접전 구도로의 전환 여부를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경쟁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은 대선 국면의 본격화와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쟁점 중심적 선거로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을 물었을 때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36.1%) ‘빈부 격차와 복지 증진’ (27.4%) ‘사회갈등 해소와 국민통합’(22.4%) 등을 꼽은 의견이 많았는데, 이 같은 세 가지를 꼽은 응답자층 모두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 지지가 가장 많았다.
가령 차기 대통령 요건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을 꼽은 사람 가운데 30.6%가 이 전 시장, 19%가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 하지만 서민과 중산층 대변을 내세우는 범여권이 최소한 빈부격차 완화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적지 않은 국민이 빈부격차 완화를 차기 대통령의 주요 요건으로 꼽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나라당이 ‘빈부 격차 완화’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경제 양극화가 더 진행될 경우 ‘빈부격차 완화와 복지 증진’ 및 이와 연관된 ‘사회갈등 해소와 국민통합’ 과 한나라당이 선점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쟁점 간의 각축이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에서 쟁점 대결 구도로의 전환이 그나마 범여권 지지세력 재결집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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