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4일 각각 경남 마산과 부산을 방문, 특강정치로 맞대결 했다. PK(부산ㆍ경남) 지역은 최근 두 사람의 지지도가 백중지세로, 양 캠프에서 서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이 전시장은 박 전대표와의 격돌을 피하는 듯 했으나, 추격자 입장인 박 전대표는 마치 ‘결투’를 요청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부산 해운대 한 호텔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여성 대통령론’을 피력했다. 간간히 여성대통령에 대해 이야기는 했지만 정색하고 말하기는 이번이 처음. 이 전시장에 대한 정공법이다. 그는 “여성이 유력 대선주자라는 사실 자체가 큰 정치 개혁”이라면서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여성 지도자가 많을수록 부패 지수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국민을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열정과 시간을 나라에 쏟을 수 있다”고도 했다.
박 전대표는 이날 유독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가시 돋힌 발언을 쏟아내며 자신과 ‘직접 비교’했다. “독선적 리더십은 카리스마로 표현되지만 나라와 민족을 파국으로 이끈다”, “요즘 강력한 리더십은 과거 같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아니라 신뢰 받는 리더십이다”라는 등 청계천 복원 등으로 상징되는 이 전시장의 추진력과 불굴의 리더십을 공격했다.
반면 자신에 대해선 “당 대표를 하면서 파벌, 측근이라는 말이 사라지게 했다”, “그 누구보다 호남과의 화해에 애썼다”면서 자신의 리더십은 ‘사심 없는 리더십’ ‘화합의 리더십’이라고 대비시켰다.
박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시장 등 대선주자들의 박정희 전 대통령 따라하기와 관련, “외모를 닮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속을 닮는 게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명박 전 시장은 이 날 오후 마산에서 경남대 행정대학원과 산업대학원 공동 초청 강연을 했다. 이 전 시장은 ‘선진한국의 비전과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참여정부의 리더십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민은 우수하지만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며 “경험 없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니까 나라의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 달 들어 부산과 울산, 마산을 잇달아 방문하며 PK 표밭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측근은 “PK 지역은 지역 연고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강한데, 아직도 이 전 시장이 영남 출신이 아니라 서울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최근 잦은 방문은 ‘이 전 시장=영남’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8일 울산을 방문, “울산은 제가 현대에 입사해 조선소와 자동차를 만들며 피와 땀과 혼신을 다 했던 도시”라며 “당시 길도 없어 고(故) 정주영 회장을 모시고 지프차를 타고 내려 와 자동차와 조선을 만든 역사적 현장”이라며 깊은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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