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죽음은 음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당시 운전기사 앙리 폴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사라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
런던경찰청장 출신 존 스티븐스 팀장이 이끄는 진상조사단은 폴이 만취상태에서 다이애나와 애인 도드 파예드가 탄 자동차를 운전했으며, 당시 폴이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조사단은 사고 차량을 영국으로 이송해 런던 남부 비밀의 장소에서 재조립한 후 차량을 정밀 점검하고, 컴퓨터로 사고 순간을 재현해 보았지만 사고를 일으키기 위해 내부 부품을 조작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폴이 사고 직전 모종의 광선 때문에 앞을 보지 못했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조사단은 대신 폴이 만취했을 뿐 아니라 약을 복용했으며, 다이애나와 도디, 폴이 모두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3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지난 3년간 400만파운드 이상을 들여 조사를 진행했으며, DNA 검사와 2만여 쪽에 달하는 사건 보고서, 1,500장에 이르는 목격자 진술서 등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1999년 프랑스 법원이 내린 결론과 차이가 없는데다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을 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예드의 아버지 모하메드 알 파예드도 보고서 내용을 접한 뒤 다이애나의 사인이 영국 첩보당국과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음모라는 종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다이애나는 당시 임신 중이었으며 영국 첩보당국은 왕실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다이애나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팀은 다이애나가 임신 중이지도 않았고, 두 사람이 약혼을 했거나 할 예정도 없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가 타살 흔적을 지우기 위해 폴의 혈액 샘플을 바꿔치기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조사팀이 이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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