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동강난 마을을 다시 잇게 된다니… 꿈만 같구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평리에 사는 박명호(77)씨는 요즘 가슴이 설렌다. 대청댐 건설로 둘로 갈라진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인다는 반가운 소식 때문이다. 그는 "다리가 놓이면 제일 먼저 선산에 달려가 성묘하고, 다시 하나가 된 친지 이웃들과 마을 잔치를 열겠다"고 했다.
박씨의 마을이 양분된 사연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강 상류 고즈넉한 산골에 자리잡은 이 마을은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비운을 맞는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자유롭게 왕래하던 돌다리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은 졸지에 생이별을 해야 했다. 댐 착공 이후 고향에 남았던 39가구는 물을 사이에 두고 각각 14, 25가구로 쪼개졌다. 반남 박씨 집성촌인 까닭에 친척끼리 갈라진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청호 물길은 한 마을 사람들을 너무나 멀리 갈라 놓았다. 눈 앞에 빤히 보이는 건너편 동네에 가려면 꼬불꼬불한 상류쪽 산길을 이용해 40분 이상 돌아가야 한다. 통행이 불편하다보니 주민 왕래도 뜸해졌다. 이 마을 민경묵(44)이장은 "마을 회의를 한 번 하려 해도 오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 엄두를 못낸다"며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다 보니 가끔 서먹서먹할 때도 있다"고 푸념했다.
이 마을에 다리가 생기는 것은 군북면 주민 전체에게 희소식이다. 군북면은 댐 건설로 면을 가로지르는 소하천이 수몰되면서 18개 마을이 이백리 등 면소재지 쪽 11개 마을과 옥천읍 쪽 7개 마을로 갈라졌다. 추소리는 마을이 양분되는 아픔을 맛봤다.
주민들의 생활 불편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석호, 소정, 국원, 보오, 용목리 등지의 380가구 주민들은 면사무소를 가려면 옥천읍이나 안내면 답양리 쪽을 경유해 7,8㎞가까이 우회해야 한다. 양 지역은 점점 멀어져갔고, 생활권까지 완전히 달라졌다. 행정도 이원화되다 보니 소외 지역도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런 불편을 운명인 양 참고 지내던 주민들은 지난해 용기를 내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더 이상 떨어져 지내다가는 영원히 남남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옥천 출신인 이용희 국회 부의장의 도움으로 건교부와 한국수자원공사를 설득, 양쪽을 잇는 길이 300m, 8m짜리 교량을 세우게 됐다. 수자원공사가 댐건설 피해 주민 보상 차원에서 공사비(110억원) 대부분을 부담하는 이 교량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첫 삽을 떠 2010년 완공될 예정이다.
손채화(55) 군북면장은 "교량이 놓이면 물 때문에 갈라진 양쪽이 꼭 30년 만에 다시 하나로 뭉치게 된다"며 "주민통행이 재개될 뿐 아니라 농산물 출하 비용도 절감돼 댐 건설 이후 각종 규제에 시달리는 주민 소득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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