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권력투쟁이 개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보다는 국가운영 방향과 정서를 완전히 달리하는 두 연합세력을 축으로 이뤄진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리청 미 해밀턴대 교수는 최근 미 제임스타운재단의 ‘차이나 브리프’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공산당 내 ‘엘리트 연합’과 ‘대중연합’이 경쟁과 갈등을 벌이는 ‘한 개 당 두개 파벌’(One Party, Two Faction) 정치동학을 중국 권력변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했다.
이 분석은 중국 권력 투쟁이 기본적으로 주요 세력간 갈등으로 어느 정도 제도화되어 있고, 세력 간 갈등이 지도부 구성 및 국정운영 방향에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 교수는 현재 공산당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물로 구성된 대중연합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쩡칭훙(曾慶弘) 부주석, 상하이방(上海幇) 등으로 구성된 엘리트연합이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두 파벌이 사회정치적, 지리적 측면에서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것은 물론 정책에서도 완전히 색깔을 달리해 정치적 의미의 ‘파벌’에 해당한다면서 “하지만 두 세력은 특정 이슈에는 대결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슈에는 기꺼이 협력하고 있다”고 파벌 갈등의 특징을 요약했다.
흥미로운 대목운 두 세력간 선명한 노선 차이이다. 엘리트연합은 유력가문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은 뒤 쉽게 중앙무대에서 경제, 금융 등의 업무를 장악했다. 반면 빈한한 가정과 내륙 지방 출신들인 대중연합 인사들은 내륙 지방에서 정치적 능력을 인정받은 자수성가형 그룹이다.
두 파벌간 차이는 국정운영 방향에서 정점에 이른다. 장쩌민 시대 전성기를 이뤘던 엘리트 연합은 성장 지상주의적인 개발 정책을 채택하고 개발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해안 지역에 국가재원을 투입했다. 푸동(浦東) 개발이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대중연합의 후진타오는 성장지상주의를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개념으로 바꾸고, 해안 위주 발전전략도 지역 균형발전 전략으로 수정했다. 물론 기업가, 엘리트 중심의 발전 모형도 농민과 취약계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대중중심으로 전환했다.
두 세력간 갈등은 올 최대 정치사건인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 서기 축출사건에서도 확인된다는 게 리 교수의 주장이다. 후 주석이 천 서기 축출 전 장쩌민 문선 발행을 통해 엘리트연합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천 서기 축출 이후에는 자파 인사 대신 엘리트연합의 한정(韓正) 당시 상하이시장을 후임자로 결정했던 정황이 두 세력간 갈등과 미묘한 균형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두 파벌은 공산당 일당 지배라는 목적과 기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파벌 간 갈등이 쉽사리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리 교수는 “내년 가을 17차 당대회에서 두 파벌간 대결은 심화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흥미진진한 권력 게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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