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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여의도 1.3배 영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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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여의도 1.3배 영어타운

입력
2006.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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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비스업 경쟁력 종합대책… 효과 있을지 벌써 물음표유학·연수 따른 서비스적자 해소 취지학력인정 방침·계층간 격차 벌써 논란

‘A씨는 제주도로 유학간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부인을 만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제주도로 내려간다. 아들이 공부하고 있는 서귀포 근처 영어전용타운에 들어서자 아이들간의 대화도, 보이는 간판도, 공부하는 책도 대부분 영어다. A씨는 아들이 5학년이 될 무렵 서울로 데려왔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다시 제주도로 보낼 생각이다. 외국대학 진학을 준비시키기 위해서다.’ 관련기사 A4면

정부는 14일 교육과 관광, 의료, 문화콘텐츠 등의 발전방안을 망라한 ‘서비스사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이르면 2010년부터 문을 열려고 하는 ‘제주 영어전용타운’이다. 해외로 나가는 조기유학, 영어연수를 국내로 흡수해서 서비스 적자를 해소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정부 구상대로 영어전용타운이 과연 건설이 될 수 있을지, 설령 건설된다 해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물음표 투성이다.

우선 정부가 구상하는 영어전용타운의 규모(115만평)는 여의도 면적(89만평)의 1.3배이다. 수업과 생활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초ㆍ중ㆍ고와 대학은 일반학교의 모든 과목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정식 학력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모두 자립형 사립학교로 운영된다. 현재 지자체가 운영중인 ‘영어마을’은 길어야 몇 주 정도 공부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초등학생들은 1년이나 2년 정도 이 곳에 살면서 영어몰입교육과정에 참여한다. 중ㆍ고생들을 대상으로는 외국대학 진학을 위한 교과과정도 운영된다. 물론 학원과 각종 영어교육센터도 생기고, 휴양형 아파트와 상가도 들어선다.

학비는 일반학교보다는 비싸지만, 적어도 호주나 싱가포르에 조기유학 보내는 것 보다는 싸게 책정될 방침이다. 또 이 곳이 제주도 도유지이기 때문에, 장기 저리로 땅을 임대한 뒤 주택ㆍ상업지구 개발이익의 일부를 서민ㆍ중산층 자녀 장학금으로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에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중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장 교육계의 반대여론이 뜨겁다. 서울에 자립형사립고를 2개 더 세우는 것도 교육계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115만평 전체를 자립형 초ㆍ중ㆍ고로 채우겠다는 구상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교육인적자원부도 당장 이날 자립형 사립학교 설립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서비스대책 총괄부처인 재정경제부에 항의했다. 설령 영어전용타운이 들어서도 ‘제주도에서 기본적인 공부를 시켜, 해외로 내보내 잘 적응시키겠다’ 형태의 조기유학이 많아지면 서비스 적자 해소에 별 도움이 안될 수 있다.

여유 있는 계층은 자녀의 국제적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계속해서 해외로의 유학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제주도 유학이라도 시킬 수 있는 계층은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계층간 교육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초ㆍ중ㆍ고의 공교육을 ‘서비스 산업’으로 간주하는 발상이나 국가의 공식교육과정과 배치되는 수업과정을 학력으로 인정한다는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유학이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인 이상 ‘제대로 된’ 영어타운만 만들 수 있다면 서비스적자 해소와 청소년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클 것이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영어교육을 접근하는 경제계와 공교육 관점에서 접근하는 교육계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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