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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측정 거부 中외교관 차와 8시간 대치 김진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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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측정 거부 中외교관 차와 8시간 대치 김진근 경위

입력
2006.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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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의 자존심이 있지. 법을 집행하는 데 예외가 있나요?”

12일 밤 9시50분부터 13일 새벽 6시20분까지 음주측정과 신원확인을 거부하는 주한 중국대사관 외교관과 대치했던 서대문경찰서 교통지도계 김진근(52) 경위는 당시의 조치는 음주운전 단속의 원칙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 사이에 ‘이참에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제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현장을 지휘했던 김 경위는 “경찰은 원칙에 충실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김 경위는 14일 오후 늦게야 “8시간 넘게 신원확인을 요구하며 대치하게 만든 것은 시민들의 시선이었다”고 털어놓았다.

12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입구. 거듭된 신분확인 요구에도 창문조차 열지 않는 중국 외교관 차량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100명이 넘는 시민들은 뻔뻔하게 창문도 열지 않는 차량 탑승자들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경찰이 어떻게 처리하나 지켜보며 발길을 떼지 않았다.

김 경위는 “사실 외교관 차량은 운전자가 ‘외교 차량입니다’정도의 말만 해도 보내주는 게 관례지만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안하무인으로 구는 바람에 경찰의 자존심을 생각해 그냥 보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밤 11시 30분. 김 경위는 서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보고한 뒤 긴 대치를 시작했다.

몇 시간 뒤 기온이 내려가자 탑승자의 건강을 생각해 운전자를 제외하고는 귀가시키려고 했으나 차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김 경위는 “처음엔 그렇게 오래 버틸지 몰랐다”며 “저쪽이 오기로 버티는데 어디 한 번 끝을 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6시. 김 경위는 현장에 온 외교통상부 직원을 통해 운전자의 신원을 간접 확인한 뒤 차량을 보내주었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 탄 차량이라고 그냥 보내주면 누가 음주단속에 응하겠느냐”며 “요즘 경찰들이 예전처럼 물렁하다고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칠 것”이라며 웃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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