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 회장 주재의 송년 기자간담회가 열린 전경련회관 19층 경제인클럽. 대다수 기자들의 관심은 내년 1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강 회장의 거취와 이에 따른 후임 회장 영입 여부에 쏠려 있었다.
강 회장은 이에 대해 "저는 원래 사양은 잘 안 하는 성격입니다. 뭐든 하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임 회장 선출 여부는) 내년에 회장단회의를 해 봐야 합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 달 초 이건희 삼성회장을 찾아가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 "국내 최고 기업 오너라 예의상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후미에 "젊은 분 중에서 회장을 하고 싶어하는 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말 물러섰지만 연임 포기 의사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 차기 회장 추대 방안을 조기에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재계를 대표하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전경련 무용론'이 확산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너도나도 차기회장을 맡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칠 경우 최고 연장자 순에 따라 회장을 뽑는 정관에 따라 최고령인 강 회장이 연임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선 내우외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할 말은 하는, 실세 회장'을 차기회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치권이나 정부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전경련의 추락한 위상을 회복시킬, 리더십있는 회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ㆍ정몽구 현대자동차ㆍ구본무 LGㆍ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하고 있다.
전경련이 장기간 표류하고, 재계단체의 대표성도 대한상공회의소에 빼앗기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재계는 4대재벌 총수가 고사하면, 최소한 10대그룹 총수중에서라도 차기회장이 추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세 회장 추대론은 전경련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자금 등 고감도 이슈와 정치권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난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과 투자증대를 위한 출자총액제한 폐지 내지 완화, 수도권 규제 완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입장 반영, 고용 유연성 확대도 시급한 현안이다. 재계는 그 동안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차기 회장은 이 같은 기업애로 요인들을 수렴, 정부 및 정치권과 '빅딜' 등을 통해서 해소해줘야 한다. 모 그룹 관계자는 "현재처럼 주요 총수들은 뒷전에 물러서 있고, 중견그룹 총수 위주로 운영되는 현 전경련 회장단 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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