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원 장모(45)씨는 직장 내 건강검진에서 동맥경화가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장씨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비록 약간 비만이지만 평소 꾸준히 관리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었고 당뇨도 없었던 터라 장씨에겐 ‘동맥경화’라는 병은 의외였다.
장씨를 동맥경화로 몰고 간 주범은 의외로 콜레스테롤이 아닌 ‘중성지방’(中性脂肪) 이다. 중성지방은 물에 녹지 않는 지방으로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을 많이 만들게 해 죽상 동맥경화증, 동맥경화, 당뇨 등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와 같은 혈관 질환은 콜레스테롤뿐만 아니라 중성지방으로 인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콜레스테롤 수치만 보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베일에 가려 있는 중성지방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본다.
환자 10명 중 8명 "중성지방 몰라요"
한 당뇨병 전문병원이 내원한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중성지방’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중성지방의 실체를 아예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렇듯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중성지방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는 많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심ㆍ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고지혈증의 형태 중 중성지방에 의한 것이 17%로 콜레스테롤(8.2%)에 의한 경우보다 유병률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대한순환기학회는 “중성지방의 폐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혈압, 혈당, 복부비만, 콜레스테롤과 함께 중성지방을 ‘심장 5적’으로 규정하고 중성지방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성지방은 주로 고기, 생선, 기름 등의 음식을 통해 체내에 공급되는데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뇌를 제외하고 모든 기관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이 체내에 들어올 경우 주로 배에 있는 지방세포에 축적되며 양이 많아질수록 심ㆍ혈관에 부담을 주는 골치거리가 된다.
이러한 중성지방은 유독 서양인이나 다른 동양인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서구인의 경우 중성지방의 평균치가 70㎎/㎗ 내외인 반면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치는 약 120㎎/㎗ 정도이다. 미국에서 발표한 대사증후군 판단 기준치가 150㎎/㎗인데 우리나라 성인의 3분의 1이 이미 이 수치를 넘고 있다.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조홍근 교수는 “흔히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은 혈관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낮고 협압은 높아 인슐린이 잘 작동하지 않는 대사증후군이 나타나기 쉽다” 며 “중성지방이 모여있는 뱃살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2차적으로 몸에 좋지않은 콜레스테롤인 LDL의 악성을 강화한다” 며 “유전적으로 중성지방을 대사하기 힘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고 그다지 비만이 아닌 경우도 중성지방 수치를 잊지 말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 관리하고 심하면 약물로 다스려야
중성지방을 낮추는 방법은 크게 식생활 개선과 약물 요법으로 나뉜다. 전문의들은 “질병의 위험이 높지 않은 사람들은 일단 식생활 개선 요법을 해보고 반응이 없으면 약물 요법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당뇨나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진단한다.
중성지방을 줄이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식단 조절이다. 고기류의 기름이 많은 부위는 물론 식물성 식용유, 버터가 많이 들어간 케이크, 페스트리, 치즈, 머핀 등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요리방법도 중요한데 재료를 튀기거나 볶기보다 찌거나 삶는 게 중성지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절주다. 중성지방의 많은 부분이 과음에서 비롯된다. 특히 곁들여 먹는 삼겹살, 튀김류 등 안주가 만드는 뱃살은 중성지방의 대표적인 ‘저장고’이다.
김 교수는 “식사요법을 계속해도 중성지방이 높거나 당뇨와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약물 요법을 고려해야 하는데 스타틴제제, 나이아신, 오메가3지방산 등이 효과있는 약제로 꼽힌다” 며 “오메가3의 경우 각종 건강식품에 담겨 유통되지만 함량이 적어 올바른 치료를 위해선 꼭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은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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