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3일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 제도 개선책 마련을 위한 TF(태스크포스)'라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팀장을 맡은 김기현 의원은 "로스쿨 관련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안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당 안팎에선 "이제 와서 또 무슨 검토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로스쿨 법안이 국회 교육위에 제출된 것이 작년 10월이다. 교육위 심의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교육위와 법사위 연석회의만 수 차례 열렸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검토해 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왜 그럴까.
한나라당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의원은 32명이다. 전체 127명 가운데 25%다. 당 대표를 비롯해 사무총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에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그래서 '로펌당'이라는 말도 듣는다.
이들이 로스쿨 반대를 주고 하고 있다. 모 의원의 경우 로스쿨 법안통과를 막기 위해 상임위를 교육위로 옮겼다는 소리도 나온다. '로스쿨은 학비가 비싸다' '일본에서도 실패했다'는 등 이런 저런 논리도 개발했다. 하지만 이들의 진짜 반대 이유가 자기 밥그릇 때문임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로스쿨 법안의 취지가 변호사 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명시적으로 반대라고는 하지 않는다. 기득권 수호집단으로 낙인 찍힐까 봐서다. 그러니 한나라당의 로스쿨 당론이 늘 '검토'일 수밖에 없다.
1년여 검토도 모자라 TF를 만들어 또 검토하겠다는 것은 '일단 시간 끌고 보자'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차라리 "우리는 로스쿨에 반대한다"고 선언하면 비겁해보이지는 않겠다. 율사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게 요즘 한나라당이다.
정치부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