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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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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

입력
2006.12.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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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반짝거리는 달. 거리가 설렌다. 나는 반짝거리는 걸 좋아한다. 20년 전, 거실 천장 등(燈)을 사려는 은사님을 따라 세운상가에 갔었다. 내가 예쁘다고 감탄하며 권한 건 하나같이 유리알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샹들리에. 은사님은 딱하다는 듯 "넌 왜 그렇게 반짝거리는 걸 좋아하니?" 하셨다.

내 취향과 더불어 내 시의 유치함을 지적받는 기분이었다. 아주 꼬마 적, 맨 처음 크리스마스 카드를 봤을 때 나는 강가의 눈 덮인 둔덕에 홀렸었지. 거기 발린 은모래 금모래가 반짝거리며 애간장을 녹였지.

반짝거리는 것, 덧없는 아름다움과 덧없는 은성함. 은물결 금물결,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 반짝거리는 것에 경도되는 건 가난이나 정서적 결손의 징표일지 모르겠다. 요즘 백화점이나 카페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사뭇 은근하다. 어떤 곳은 은근하다 못해 음침하기까지 하다. 나는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더 좋다.

리스본의 늦은 밤,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까무룩 지쳐 있는데 갑자기 네가 "해피 크리스마스!" 소리쳤지. 눈을 떠보니 에메랄드 숲에 들어선 듯 사방에 초록나무들 울울창창 장식을 매달고 반짝거렸다. 우리는 일제히 함성을 질렀지.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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