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과 일본 업체의 공세로 미국,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고전 중인 현대자동차에 희미하게 나마 청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중고차 가격이 상승하고, 수익성 높은 중ㆍ대형차의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대당 평균 판매가격이 높아지는 등 품질경영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13일 "올 하반기를 고비로 미국 시장에서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 요소가 가격경쟁력에서 제품경쟁력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던 단계를 넘어, 비록 초기 단계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품질에 걸맞는 가격을 받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경쟁력이 전진하고 있다는 대표적 증거는 중고차 가격이다. 주력 차종인 NF쏘나타의 중고차 가격은 과거 EF쏘나타 때보다 9% 이상 상승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평가기관인 켈리블루북(KBB)에 따르면, 과거 EF쏘나타의 경우 중고차 가격(1만2,625달러)은 신차 대비 62%에 불과했으나, NF쏘나타는 중고차 가격(1만5,325달러)이 신차의 71% 수준에 도달했다.
아직 토요타 캠리(신차 대비 76.8%), 혼다 어코드(74.2%) 등 일본차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70%대를 넘어섰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성장임에 틀림없다.
차종별 판매구성이 중대형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승용차 판매(32만5,958대)에서 중ㆍ대형차(쏘나타 그랜저) 비중은 45.4%였으나, 올해 들어선 10월말 현재 53.8%(28만5,330대 가운데 15만3,466대)로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준중형 이하 자동차는 가격경쟁이 심해 만들수록 손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진이 적다"며 "중ㆍ대형차 판매 비중이 높아질수록 자동차 회사는 그만큼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현대차 등 한국 자동차업체의 비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차의 평균 수출가격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가 저가 전략을 내세워 미국에 진출한 2001년에는 국산차의 대당 평균 수출가격이 8,186달러였으나, 내년에는 1만1,600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윤태식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는 올 연말과 내년 초만 잘 견뎌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재성장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품 경쟁력이 아직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를 상쇄할 정도로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에 기반한 전체 경쟁력은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는 또 "현대차 고객의 재구매율이 업계 상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품질이 급격히 좋아진 2004년 판매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될 2007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중고차값 상승으로 신차 가격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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