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창던지기에서 1위를 차지해 한국 육상에 유일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겨준 박재명(25ㆍ태백시청)은 수영 3관왕 박태환(17ㆍ경기고)과 닮은 점이 많다.
2004년 뉴질랜드육상선수권대회에서 83m99의 한국기록을 세워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였지만 정작 아테네에선 ‘큰 무대 공포증’을 보이며 부진했다. 긴장한 탓에 자신의 기록보다 10m 이상 모자란 72m70을 던져 예선 15위로 탈락했다. 박태환 역시 아테네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당한 뒤 2시간 넘게 화장실에 숨어 있어야 했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바 있다.
‘아테네의 충격’은 박재명에게 슬럼프를 안겨줬다. 한동안 그의 창은 70m도 채 날아가지 못할 정도로 힘을 잃었고, 대표팀에서 탈락한 그는 선수촌에서 나와 혼자서 훈련을 해야 했다.
그러던 박재명에게 구세주처럼 나타난 사람이 있으니 핀란드 출신의 에사 우트리아이넨(53) 코치다. 에사 코치는 “창던지기야 말로 한국 육상이 세계 수준에 근접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판단한 신필렬 대한육상연맹 회장이 지난해 직접 핀란드까지 건너가 스카우트한 지도자다.
에사 코치를 만난 박재명은 새로운 창던지기에 눈을 떴다. 체중 감량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창던지기에 꼭 필요한 근육들을 단련시켰고, “매일 돌멩이라도 던지라”는 에사 코치의 말대로 비가 오는 날이면 체육관에 네트를 쳐놓고, 창 끝에 테니스볼을 꽂아 던질 정도로 꾸준한 훈련을 했다.
박재명은 “에사 코치님은 온 몸을 사용해 창을 던지는 법을 알려주셨다. 특히 정신적인 경기 운영에 대해서도 많은 조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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