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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제품에 '소송폭격' 왜?

입력
2006.12.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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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반도체와 휴대폰, LCD, 가전 제품 등에 대한 반독점 및 특허 관련 소송과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내 시장질서를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가 큰 코를 다치는 것인지, 글로벌 기업으로 급부상하는 한국 기업들을 미국정부와 업계가 조직적으로 견제하는 것인지, 혹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 미국측이 기선을 잡으려는 것인지, 업계는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LG필립스LCD는 최근 불법 가격담합 혐의와 관련, 미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미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LG필립스LCD가 미국의 반독점법과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뉴욕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

업계에선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 등 LCD 제조업체들이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의 경쟁당국으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소비자가 발 빠르게 소송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10일 미국의 무선 e메일 단말기 제작사인 '리서치인모션'으로부터 상표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블랙잭'이 자사의 '블랙베리'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 불공정 경쟁을 했다며 미국 LA 연방법원에 '블랙잭' 상표의 사용금지를 요청한 것.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칩 제조업체인 'ON세미컨덕터'로부터도 특허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칩 회로와 제조과정에 대한 4개의 반도체 특허를 침해 당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배상금 지급과 해당 기술 사용 금지 등을 요청했다.

사실 최근 들어 국내기업에 대한 미국측의 움직임은 강경기류 일색이다. 지난 9월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고위 간부는 D램 가격담합에 참여한 혐의로 8개월의 징역형과 25만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더구나 미 반독점 당국은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산 S램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까지 조사하고 있다.

환경규제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달 '은나노 제품 제조업자들은 수로나 공중보건에 무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은나노 기술을 활용한 세탁기 에이컨 냉장고 등을 미국에 대량 수출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 등 국내 기업들로선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수출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편 미 법무부는 화물운송 1위업체인 대한항공을 비롯, 아시아나항공 등 외국 항공사의 화물 운임 담합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중이다. 혐의가 인정되면 엄청난 벌금이 부과되고 소비자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액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이처럼 미국에서 소송ㆍ조사를 받고 있는 업종은 한결같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국시장은 원래 반독점법 및 제조물책임법 관련 소송들이 많은 나라"라며 "우리 기업들이 국내 시장처럼 생각하고 미국에서 영업을 하다가 된서리를 맞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이 세계적 브랜드로 급부상하자 최근 미국내에선 한국기업에 대한 견제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FTA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고도의 전방위 전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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