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해외 부재자 투표제도의 도입을 국회에 제의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해외 공관원이나 상사원, 유학생, 여행객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우리는 선관위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국민의 기본권이 절차적 난점을 이유로 경시될 수 없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사례로 보아 전혀 새삼스러운 제도도 아니다. 그 불가피성은 국내 부재자 투표제도의 취지만 생각하면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다.
더욱이 과거 존속했던 제도가 1972년의 특수한 정치상황 아래 폐지됐던 것인 만큼 지금까지 복원되지 못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당시 해외 부재자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국내 현실 정치에 불만을 느끼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데서 물밑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
그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대상 투표권자는 약 110만명에 이르러 '60만 대군'조차 크게 웃돈다. 이렇게 많은 국민의 투표권을 무슨 근거로 배제할 수 있을까.
더욱이 해외 거주나 여행이 특정계층의 전유물인 듯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해외 부재자의 정치적 성향의 편향을 상정하기도 어렵다. 여야가 굳이 이해를 다툴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조속히 관련 선거법 개정에 손잡고 나서기를 기대한다.
이 문제는 현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해외동포의 투표권 문제와는 본질이 다르다. 납세 등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 해외근무나 유학, 여행 때문에 기본권에 제약을 받는 것이어서 '민족공동체'와 같은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 기본권 침해 문제다. 요즘과 같은 지구촌 시대에 부재자를 국내ㆍ해외로 가를 아무런 이유와 실익이 없다.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세부적ㆍ기술적 문제는 남아 있지만 차분히 해결해 가면 그만이다. 2003년 도입이 추진됐던 우편투표제가 무산된 경위를 교훈으로 삼아 우선 상주 공관이 설치된 곳에서만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의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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