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이 없진 않지만, 아직은 여전히 희망적입니다.”
대학연합 문화창조 동아리 ‘생존경쟁’이 서울 지하철5호선 광화문 역사에 연 독서대합실 ‘책 읽는 광화문역’이 14일로 만 한 달을 맞는다. 시민자율의 열린 독서공간 운영을 책임진 동아리 회장 김혜숙(아주대 심리 4)씨는 “시민들이 보여주는 신뢰,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직은 실망보다 보람이,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는 “하루 중 어느 때든 최소 5명은 책을 보고 있다”며 “시간당 10명 정도 들러서 30분~1시간 가량 머물고, 얼굴을 익혀 인사를 나누는 ‘단골’들도 여럿 생겼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원들을 가장 속 상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책 분실이다. 한 달 새 약 250권을 잃어버렸다. 서가는 24시간 개방돼 있고 누구든, 언제든, 아무 책이나 꺼내 읽을 수 있다. 회원들이 ‘지킴이’로 나서고 책마다 ‘광화문역’ 도장을 찍어뒀지만 모든 책이 온전하리라 기대하기는 무리다.
하루에 16권이 사라진 적도 있고 어느 날 사라졌던 책이 며칠 뒤 돌아온 경우도 있다. 시민들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자물쇠를 달아라’ ‘아크릴판으로 막아둬라’는 조언도 잇따른다. 하지만 강압적인 조치는 이들의 실험 의도에 어울리지 않는다. 순전히 시민 자율로 지켜지는 공간이기를 바라고 있다.
책이 사라지는 사이 익명의 시민들이, 저자가, 출판사 등이 450권의 책을 기증했다. 회원들의 표정은 한달 전 못지않게 환하고 의기양양하다. “기말고사가 끝나는 대로 한 번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할 겁니다. 점점 나아질 거예요.”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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