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창당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여당의 양대 주주인 두 사람이 신당 추진이란 큰 방향에는 공감하는 듯 보이지만 종국적으로는 같이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 양측은 최근 신당 갈등 국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때문에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양측은 일단 겉으로는 신당 창당론에 뜻을 같이 한다. 김 의장이 비대위를 이끌며 선봉 역할을 하는 데 대해 정 전 의장측도 “다른 길이 없다”며 동조하고 있다. 정동영계 핵심 의원도 12일 “정 전 의장의 생각은 분명히 현재 구도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당론에 힘을 싣고 있는 김한길 원내대표, 이강래 비대위원 등도 정 전 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양측의 복안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선 당청 갈등이 심해지는 와중에 정 전 의장이 한걸음 물러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듯한 행보를 하자 김 의장쪽이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정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 의장간 충돌 과정에서 철저히 ‘중립지대’를 자임하고 있다. 양쪽을 동시에 비판하기도 했고, “당청 충돌은 피해야 한다”고주문하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정 전 의장은 요즘의 신당 논의가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는 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측은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정 전 의장의 입장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한 측근은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 전 의장이 명확한 입장을 정해 당의 살길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결의를 느낄 수 없다는 불만이다. 노 대통령과 김 의장 간에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는 듯하자 정 전 의장측이 조연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반면 정 전 의장측에서는 “신당론과 당 사수론으로 갈라져 선택을 강요하는 구도 자체가 잘못됐다” “김 의장의 리더십은 한계를 보였다”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오랜 경쟁 관계인 양측 사이에 쌓인 감정의 앙금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변수다. 수 차례의 전당대회에서 맞부딪치면서 격렬한 대결을 벌인데다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 정책 노선의 차이도 적지 않다. 때문에 신당 창당에 같이 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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