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통합신당파와 친노세력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누구보다도 발걸음이 분주해진 사람은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비서실장을 지내 친노그룹과 깊은 인연이 있는데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고건 전 총리 등 통합신당을 모색하는 인사들과도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그의 요즘 메시지는 “범여권이 분열하지 않고 하나로 가도록 노력하되, 만에 하나 헤어지더라도 내년 대선에선 반드시 후보간 연대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범여권 연대를 성사시킨다면 대선에서 여야가 접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게 이른바 그의 ‘희망론’이다. 이를 위해 여권 인사들이 갈등 과정에서 서로 감정을 건드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전 의원은 12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당청 갈등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국민은 당청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하다”며 “잘 안되는 집안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신당파와 친노진영이 서로를 향해 “싫으면 나가라”고 막말을 내뱉었던 점을 거론한 뒤 “결국 함께 가야 할 동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의도 정치인들만의 이합집산으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정치권 외부 인사들에게 정계개편 논의의 주도권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부터 우리당의 인적 구성이 다양하다는 걸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태도의 차이, 정책 현안에 대한 시각 차이 등을 인정하는 속에서 대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 내 역할을 조금씩 높여갈 생각”이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여당 주변에선 그가 이미 원내외 인사 10여명과 함께 범여권 통합 논의를 조율할 중재그룹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의원직 상실 이후 소속의원 90여명이 ‘신의’(신계륜과 함께 하는 의원모임)에 참여했을 만큼 당내의 신뢰가 높다. 때문에 정계개편 논란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면서 그의 빈 자리를 아쉬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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