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11일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에 있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기념관에서 가진 퇴임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겨냥해 참았던 쓴소리를 토해냈다.
아난 총장은 이날 “세계 평화와 번영의 불가결한 요소는 인권과 법치”라며 “미국이 이 같은 자국의 이상과 목적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 우방국들은 곤혹스러움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이어 “오늘날 세계는 매우 참담한 상태”라며 “이에 따라 우리는 과거 미국이 보여줬고,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연스런 리더십’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이와 관련, “협력과 지지를 구할 때도 마치 공격을 하는 것처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부시 대통령의 강경 스타일을 사실상 ‘부자연스런 리더십’으로 규정했다.
아난 총장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엔 설립의 기초를 다진 트루먼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통해서도 부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루먼 대통령의 말대로 위대한 국가의 책무는 세계 시민을 압도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는 것”이라며 “트루먼 대통령은 이 같은 맥락에서 안보 문제에 대해 특정국이 우월적 지도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집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고 주장했다. 아난 총장은 “(트루먼 대통령이) 1950년 북한의 남침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한 것도 이 같은 믿음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난 총장은 “현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체제는 1945년 당시의 국제정세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안보리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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