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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안익태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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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안익태 이해하기

입력
2006.12.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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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KBS홀에서 안익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선생의 친일 행각이 논란이 되던 시점이었지만 나는 단지 그의 음악을 차분히 듣고자 애썼다. 애국이니 친일이니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패기와 재기 넘치는 서른살 젊은이가 하는 말이 중요했다.

● 독립국가의 떳떳한 음악인이었다면

그는 홍난파 박태준 현제명 등이 동요와 가곡을 작곡할 때 관현악곡과 교성곡을 작곡했으며, 런던 필하모니와 베를린 필하모니를 지휘하는 등 서구 음악계 중심에서 활동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그는 그들에게 서구 레퍼토리만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도 연주하게 했다. 생각해 보라. 런던 필하모니와 같은 오케스트라가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게 하는 것을. 게다가 대형 합창단까지 동원해서 저 먼 극동의 망국, 조선 말 가사를 노래하게 했다면 대단한 일 아닌가?

이국 취향의 여유가 느껴졌던 <마요르카> 와 달리 <한국 환상곡> 은 출구가 없는 젊은이의 절규처럼 할 말이 많고, 무엇인가 흥분한 그를 느낄 수 있다. 당시 그에게 얼마나 작곡 기회가 있었을까? 다변적이어서 불안정하며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찬 그의 음악은 오케스트라 악기들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그 시대에 그러한 관현악법을 구사한 한국인이 있었음은 불가사의하다. 지휘와 작곡을 병행했던 말러나 R 스트라우스처럼 그는 효율적인 악기 구사법을 알고 있었다. 또 라벨과 스트라우스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후기낭만의 여러 면모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안익태 기념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많지 않아서 1930년대에 2편의 관현악곡이, 이후 1963년까지 5편의 관현악곡이 더 있다. <한국 환상곡> 에 담겨진 에너지로 본다면 그가 이후에도 창작열을 불살랐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후 1948년 그가 정착한 스페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 <마요르카> 를 작곡할 때까지 곡을 쓰지 않았다.

위촉이 없었는지, 세계 각지로 다니며 지휘에 바빴든지 아니면 내세울 만한 곡이 없어서인지 기록에는 없다. 그가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가지고 있고 더욱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면 어땠을까?

그가 망국의 젊은이가 아니라 독립국가의 떳떳한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였더라면, 그리하여 말러처럼 시즌에는 지휘를 하고 휴가 때마다 편안히 작곡을 했다면, 우리는 1930~40년대 서구에 견주어 뒤지지 않을 관현악, 교성곡, 아니 더 나아가 오페라를 가졌을지 모른다. 또 그의 경험이 후학들에게 연결되었다면 어떻게 우리 작곡계가 바뀌었을까? 해방 이후에라도 말이다.

● 정치적 아닌 음악적 대상으로

다른 풍토에서 고군분투하던 우리 작곡가를 우리와 달랐다는 이유로, 그것도 절대적으로 다른 것도 아닌 것을 논쟁거리로 삼아 그의 성과를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다.

사상성은 한 예술가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검증해야 한다. 작은 기록 하나 가지고 모든 것을 미루어 짐작하여 산발적으로 성토하는 것은 학문적으로도 옳지 않다.

작곡가 안익태에 대한 냉철한 연구가 진정으로 그의 작업을 우리 유산으로 수용하는 일이 되며 결국 그의 개인적 불행이 당대 우리의 불행이었음을 확인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안익태와 윤이상. 그들은 우리에게 늘 정치적 대상이었지 진정한 음악적 대상은 아니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만큼 그들에게 해준 것은 무엇인가?

황성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ㆍ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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