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일본이 21세기 들어 활력을 회복하며 재도약의 시동을 걸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일본에 비춰 한국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경제위기를 극복한 일본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비교해 볼 때 한국정부의 현재 주요 경제정책 방향이 '경제살리기'와는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간접 경고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일본팀장은 12일 '일본경제 구조개혁 정책의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2000년을 전후해 일본 정부가 추진한 경제구조 개혁정책과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을 비교 분석했다.
정 팀장이 일본의 경제위기 극복 요인으로 꼽은 것은 공공투자를 억제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정부의 역할을 대폭 축소해 민간과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 점이다.
특히 재정ㆍ금융 정책운용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는 단순한 접근이 아니라, 기업경영효율 기술능력 노동투입과 같은 공급측면의 개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한 점이 일본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인 것으로 평가했다.
또 정책 조정과정에서 방향과 목적이 불투명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총리직속에 '중요정책회의'를 두고, 신속하고 강력한 정책결정 체계를 확립한 것도 일본경제를 다시 일으킨 요소로 평가했다.
정 팀장은 "예를 들면 우정성 민영화 결정은 공공부분의 비효율을 일거에 제거한 획기적인 결정이었는데, 이는 고이즈미 총리 하에서 확립된 강력한 정책결정구조가 아니었다면 흐지부지 되기 쉬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본의 정책방향은 노무현 정부 들어 추진되어온 주요 정책들과는 반대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일본 사례를 생각하면 우리도 공공투자 의존적인 경제체질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공공투자는 일본과 반대로 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공공투자와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민간부문의 효율성을 높여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한국은 각종 공공서비스 확대를 내걸고 정부의 몸집을 키우고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이나 금리와 같은 제한된 거시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건설경기가 안 좋으면 공공건설 수주를 앞당기는 방식의 단편적인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로 인해 2002년 이후 일본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7%까지 올라가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일본 정부는 감세를 통해 기업수익을 증대 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세입확대에는 매우 신중하고 세출삭감은 매우 적극적"이라며 "우리나라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이나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증세, 큰 정부 지향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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