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의 뚱보 한나(김아중)는 성형과 운동으로 1년 만에 48㎏의 8등신 미녀가 된다. 유명 댄스 가수에게 목소리를 빌려주는 그림자 역할도 끝. 당당하게 무대에서 자신의 노래 솜씨와 몸매를 뽐낼 수 있고 사랑하는 남자에게도 접근할 수 있다.
<미녀는 괴로워> 는 외모에 자신 없는 여성들의 ‘나도 한번쯤’이라는 판타지를 자극한다. 한 여성이 하루 아침에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둔갑하면서 빚어지는 소동은 비현실적이고, 뚱보 여성의 비애가 사회적 울림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적절한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미녀는 괴로워> 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잘 만든 상업영화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첫 주연을 맡아 훌쩍 큰 모습을 보여준 김아중(24)의 연기는 신예답지 않게 기대 이상이다. 미녀는> 미녀는>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김아중의 고무줄 몸무게. 특수분장으로 뚱보로 변신하는데 만 4시간. 본래의 8등신 미녀로 돌아오는데도 1시간이 족히 들었다. “앞만 보고 있으면서 2시간 작업하고 10분 쉬고 그랬으니 가장 힘든 과정이었죠.”
김아중은 분장을 하고 거리에 나서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꽂히는 사람들의 냉소적인 시각을 느끼며 한나를 만들어갔다. “손가락질까지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 뒤론 분장만하면 계산된 연기가 아니라 그냥 역할에 몰입이 되더군요.”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 5곡도 직접 불렀다. 한때 가수로 연예계 데뷔를 준비했던 실력을 발휘한 셈. 스태프를 깜짝 놀라게 한 가창력을 지녔음에도 그는 이제 가수의 꿈을 꾸지 않는다. “음악보다 연기에 대한 기쁨이 더 커요. 정말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데 제가 음반내면 그 분들에게 미안하잖아요.”
여자들은 ‘이기적인 몸매’로, 남자들은 ‘착한 S라인’으로 여기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많이 느낀다. “새침하고 도도해 보이는 이미지가 특히 싫어요. 제 성격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에요.” 성형 수술 후 남자들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는 한나와 달리 실제 생활 속에서 예쁜 얼굴 덕을 본적은 없다. 다만 이국적인 외모가 인생에 조금은 ‘도움’이 된 적은 있다. “동남아로 촬영가면 현지 사람들이 유난히 잘해줘요. 한 샴푸 광고는 동남아 지역에서 방송 연장계약을 맺기도 했어요.”
그는 “일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는 일로 푼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뺨 맞으면 화풀이도 종로에서 해야 된다”는 게 이유. “아직까지 연기가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주변에서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좀 듣긴 하지만요.” 일에 몰두하면 얻는 이점이 많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 MC로 얻은 것은 드라마에 활용하고 드라마에서 배운 것은 영화에 써먹고….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어리니까 많은 자양분을 취하는 것이 더 좋은 듯해요.”
그래도 그는 “너무 열심히 한다는 티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기를 해도 그냥 ‘영화 속 인물 같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노력하려는 모습이 연기에 그대로 반영된 듯해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이 부담스럽다. “제가 소심해서 더 민감한 듯해요. 제 혈액형이 ‘울트라 초특급’ A형이라서 자기 검열도 심하고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해요. 조금만 이상한 소문이 돌아도 힘겨워 하죠.”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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