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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in DOHA/ 이슬람 형제들 "우리가 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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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in DOHA/ 이슬람 형제들 "우리가 남이가"

입력
2006.12.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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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아시안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카타르 도하의 각 경기장에서 많은 박수를 받는 것은 월드스타들이 아니다.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사우디, 이라크, 이란, 시리아, 쿠웨이트 등 아랍권 선수들이 오히려 더 큰 박수를 받는다.

중국과 한국, 일본이 나눠먹는 메달 레이스에서 아랍권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인데다 ‘이슬람 형제’라는 강한 유대감이 작용한 것. 여기까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그런데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유대감이 승부의 세계에도 노골적으로 끼어 들고 있다. 12일 한국과 카타르의 남자 핸드볼 4강전이 대표적인 예다. 아시안게임에서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중동 국가들의 견제를 받아왔다. 특히 이번 대회 12개조의 심판 가운데 9개조가 편성된 아랍 출신 심판들은 우승 후보인 쿠웨이트 ‘밀어주기’에 한마음이 됐다.

쿠웨이트 왕자인 아메드 알 파하드 알 사바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의 입김과 개최국 카타르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중동 국가의 ‘공공의 적’인 한국 핸드볼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핸드볼 뿐만 아니다. 4일 벌어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선 카타르 선수가 출전할 때 마이크로 다음 동작을 일일이 불러주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한국과 이라크의 남자축구 4강전 장소는 당초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시 외곽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으로 변경됐다. 한국-이라크전이 끝나면 같은 장소에서 카타르-이란의 4강전이 벌어질 예정이었는데 ‘한국-이라크전으로 잔디가 손상될 경우 곧바로 경기하는 카타르에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카타르는 지난 9일 8강 태국전 경기 시간도 “홈 팬들이 관전하기에 불편하다”며 오후 4시에서 오후 7시로 옮겼다. 이로 인해 이라크와 우즈베키스탄은 영문도 모른 채 예정보다 세 시간 늦게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한국도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에서 막강한 ‘홈 어드밴티지’를 누렸고, 매 대회 개최국들이 똑 같은 심판 판정이나 일정에서 이득을 보는 점을 감안하면 ‘메달 획득’에 혈안이 돼 있는 카타르의 노골적이고 현실적인 몸부림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비웃음은 잠깐이고, 메달은 영원하다’는 식의 대회 운영은 ‘옥에 티’로 남을 게 분명하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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